경찰이 범죄 예방을 내세워 일반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것이어서 인권침해 일상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민주당 장하나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통합관제센터 101곳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민간위탁 관제센터 대부분에 경찰이 파견돼 CCTV 영상 촬영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군구 등 지자체가 CCTV 관제를 민간업체에 맡기는 것은 합법이지만, 경찰이 관제센터에 상주하며 지휘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CCTV 영상을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 제공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또, CCTV를 회전하거나 화면을 임의로 확대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방범과 쓰레기 무단 투척, 불법주차 감시, 시설물 관리 등에 쓰이는 지자체의 CCTV 운영 전 과정에 개입한다는 것은 지자체 통합관제센터를 사실상 경찰이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지자체 소관인 통합관제센터에 경찰이 상주해 영상 정보를 무분별하게 활용하면서 또 다른 인권침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공안 드라이브에 합법적인 집회 참여 권리도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15일 충북 옥천IC에 설치된 CCTV가 '유성 희망버스'를 따라 회전, 확대되며 불법 사용됐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중구청이 운영하는 CCTV가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집회를 감시하다 문제가 되기도 했다.
◈ 경찰 상주 근거 마련해 준 지자체의 무분별한 업무협약
법적으로 명분이 없는 통합관제센터 경찰 상주 근거는 지자체가 마련해 줬다.
운영 주체인 지자체들이 경찰과 자체적으로 업무협약을 맺고 경찰의 임의 관제 및 영상 조회를 광범위하게 보장했기 때문이다.
장 의원에 따르면 부산 강서구는 업무협약서에 '감독 경찰관을 파견해 24시간 근무하게 한다'라는 내용을 넣었고, 강원도 횡성군은 '모니터링 요원 지도와 감독은 경찰서장이 담당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서울 강동구는 '방범용 CCTV 관제요원 선발 시 경찰 공무원과 협의해 선발한다'는 문구를 넣어 경찰이 지자체 모니터링 요원 채용에 경찰이 관여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줬다.
장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공안통치로 공권력 남발이 공공연해지는 상황에서 지자체 CCTV가 경찰의 민간인 사생할 감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또 "안전행정부는 경찰이 위법 행위를 중단하도록 즉시 행정처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