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탈북자 출신 이모씨는 지난해 2월 13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서 간첩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당일 국정원 수사관 3명이 직장에 찾아와 "검찰에 가서 진술조사를 써야한다"며 검찰에 갈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었다.
검찰은 국정원이 앞서 작성한 이씨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진술조서를 새로 썼다.
이씨는 '유씨와 유씨 아버지가 북한에 있지 않았느냐'는 담당 검사의 질문에 "북한에 안갔고 함께 중국에 있었다"고 답변했지만 "당신이 24시간 내내 따라다녔냐. 거짓말 하지 말라"고 화를 내며 이를 진술조서에 담지 않았다.
이씨는 "당시 밤 늦게까지 노래방을 가는 등 함께 지냈다"고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했지만 검사는 이를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검찰 역시 유씨에서 유리한 증거자료는 애써 외면하고 수사 방향에 맞춰 진술내용들 의도적으로 짜집기 한 것이다.
이후 이씨는 지난해 6월 법정에서 "국정원이 미리 프린트 해 온 진술서를 자필로 베껴썼으며, 진술서 내용은 자신이 말한 것과 다르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3월12일자, "그대로 베껴 썼다"..국정원, 진술조서도 '위조')
그는 2012년 설날에 "유우성씨(34)와 중국에 함께 있었다"고 말했지만, 진술서에는 이런 부분이 빠져 있었다.
국정원은 당시 유씨가 북한에 넘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지만, 이씨가 이와 반대되는 진술을 하자 내용을 조작한 것이다.
이런 무리한 수사는 국정원을 지휘하는 검찰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검찰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지 않고 특정 자료만 취사선택한 사례는 재판과정에서도 드러났다.
1심에서 유씨가 북한에 있었다는 증거로 검찰이 법원에 낸 사진과 통화 내역은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는데, 검찰은 유씨가 중국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수 있는 자료를 감추고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항소심 법정에서 국정원으로 부터 얻은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마치 정식 외교통로로 입수한 것처럼 수차례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증거조작 사건 수사팀은 이번주부터 담당 검사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의 증거조작에 함께 장단을 맞춘 정황이 적지 않게 나온 터라 검찰 역시 책임이 무겁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검찰이 왜곡 수사를 했거나 재판부를 속이려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 조사에 그친다면 또다시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