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은 지난 22일 뉴질랜드에서 입국한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을 인천공항에서 붙잡아 광주교도소에 가뒀다.
검찰의 노역장 유치 집행으로 허 전 회장은 49일만 노역하면 벌금 249억원을 탕감받을 수 있다. 벌금을 대신하는 일당을 5억원으로 환산한 비상식적인 판결 때문이다.
허 전 회장이 횡령과 탈세 등으로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은 벌금은 254억원.
이 가운데 구속영장 실질심사로 하루 구금된 사실이 인정돼 5억원이 줄어 현재 249억원이 남아있다.
최근 뉴질랜드에서 호화생활과 함께 기업활동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에 시달린 허 전 회장은 법원의 '호의'대로 노역장 유치를 택했다.
형법에서 벌금은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 안에 내야 하고 벌금 미납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 노역장에 유치해 작업할 수 있도록 돼있다.
법원은 벌금을 선고하면서 환형유치 환산금액을 정한다.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1일 노역 대가를 얼마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할 수 있다"는 식이다.
통상은 도시 일용노동자의 일당에 해당하는 5만원으로 산정하지만, 노역장 유치 기간이 3년으로 제한된 점을 감안하면 벌금이 커졌을 때 일당도 높아진다.
벌금 2천340억원을 선고받은 '선박왕' 권혁 회장은 3억원, 벌금 1천100억원을 선고받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1억1천만원, 벌금 400억원을 선고받은 손길승 SK 명예회장은 1억원으로 환산한 판결이 각급 법원에서 나온 바 있다.
허 전 회장의 일당은 내로라하는 기업인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사법 사상 초유의 금액으로 일반인의 1만배에 해당한다.
49일의 노역으로 249억원을 탕감할 수 있는 판결은 지역 법관제 부작용 등 특혜 논란을 낳았다.
더구나 담 밖에서 노역을 시킬 수 없는 교도소 현실과 허 전 회장의 나이(72)를 감안하면 이번 노역은 일당 5억원에 해당하는 중노동이라기 보다는 시간을 채우는 수준이 될 수 밖에 없다.
노역장 유치기한을 3년에서 10년 이상으로 연장하거나 환형유치 환산금액의 최대치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환형유치 환산금액을 최소액(5만원)의 10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일명 허재호법이라 불리는 '재벌 봐주기 노역장 유치 5억원 일당 금지법'을 최근 발의했다.
하지만 허 전 회장이 노역으로 탕감받을 수 있는 것은 벌금 뿐이다.
국세청, 자치단체, 금융기관 등은 국세 136억원, 지방세 24억원, 금융권 빚 233억원(신한은행 151억원·신용보증기금 82억원)에 대한 강제 집행과 압류절차를 밟고 있다.
검찰은 또 기존에 접수된 고소 사건, 국내외 재산 빼돌리기 등과 관련해서도 허 전 회장을 수사하고 있어 49일 노역 후 석방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