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중국의 해킹 피해자임을 자처하던 미국이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점을 시사해 사이버 공격 문제를 두고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NYT와 슈피겔은 전 미국 방산업체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기밀문서를 토대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화웨이의 중국 본사 서버를 뚫어 전산망 정보를 가로채고 런정페이(任正非) 회장 등 경영진의 통신 내용을 감시했다고 전했다.
NSA는 '샷자이언트'(Shotgiant)로 불리는 이 작전을 2007년께 시작했고 2009~2010년 NSA 산하 해커 조직인 '특수접근작전실'(TAO)이 화웨이의 선전(深천<土+川>) 본사 서버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작전은 특히 미국이 각국에 공급되는 화웨이 통신 장비를 역이용해 여러 나라를 해킹하는 계획까지 목표로 내세웠다.
화웨이 기술체제를 몰래 파악해 화웨이가 미국 우방이나 이란과 파키스탄 등 테러 의심국가에 서버나 인터넷 케이블 등 장비를 수출하면 이 장치를 거쳐 해당 국가도 손쉽게 해킹할 수 있다는 것이다.
NYT가 공개한 기밀문서는 "우리 (감청) 표적 중 많은 수는 화웨이 제품을 거쳐 통신을 한다"며 "이런 화웨이 제품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실제 화웨이 제품을 거쳐 각국 해킹에 성공했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NSA는 샷자이언트 작전을 통해 미국 정부가 의심한 것처럼 화웨이가 실제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관이 있는지를 밝혀내려 했지만 스노든이 폭로한 문서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찾을 수 없었다.
미국은 화웨이 창업자인 런 회장이 1970년대 인민해방군 엔지니어였던 만큼 이 회사가 중국 군당국의 해킹을 도울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자국과 우방국에서 화웨이 퇴출을 추진해왔다.
미국 정부는 2012년 화웨이가 호주의 광대역 인터넷 입찰에 응모하자 호주 정부에 압력을 넣어 결국 화웨이를 배제시켰고 올해 한국과는 '민감한 내용의 교신에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맺었다.
미국은 지금껏 화웨이가 인민해방군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공개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업체라고는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화웨이의 윌리엄 플러머 대외협력 부사장은 "미국의 해킹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사견을 전제로 "미국 정부가 중국과 화웨이가 자국에 해킹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실상은 반대였다"고 성토했다.
화웨이는 스웨덴 에릭슨 등과 경쟁하는 최정상급 유무선 통신장비 회사로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삼성, 애플, 레노버에 이어 세계 4위다.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남미 등 비(非)서방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미국은 2000년 이후 중국 군부대와 당국 연관 해커들이 미국 정부와 기업에 사이버 공격을 일삼는다며 중국에 외교적 압박을 가했으나 '중국이 오히려 해킹의 피해자'라는 반박이 거세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