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에 기업마다 엇갈린 행보

美·EU 경제제재에 루블화 하락까지 겹쳐 러 거래기업 고심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관련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제재 대상 확대를 발표하며 압박을 강화한 가운데 러시아와 긴밀한 사업관계를 맺은 기업들이 각자의 이익에 따라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기업·은행과 거래하던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거래를 이어갈지를 두고 각각 다른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21일 보도했다.

캐나다의 항공우주·군수 제조업체인 봉바르디에는 러시아의 국영 방산업체 로스텍과의 조인트벤처(JV) 설립과 단거리 수송용 차세대 항공기인 'Q400'의 판매가 미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피터 세데르발 사장은 20일 전화회의 방식으로 열린 기업설명회를 통해 "(러시아 제재로)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추가제재 대상에 포함된 로시야 은행은 물론 SMP 은행에 계좌를 둔 고객의 결제 서비스를 중단했다.

세계 최대 송금회사인 웨스턴 유니언은 로시야 은행에 대해서만 서비스를 중단하고 러시아 내 2만여개 지점에서는 서비스를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러시아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주류회사인 칼스버그는 종전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생산과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칼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아무런 문제 없이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시장에 배급하고 있다"며 경제 제재가 회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주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소식통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도 미국의 추가제재 대상인 겐나디 팀첸코 볼가그룹 회장의 핵심사업체인 석유유통업체 군보르와 종전처럼 거래를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방의 경제 제재와 더불어 루블(러시아 공식 화폐)화 가치 하락도 러시아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유럽 기업들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 농기계 제조업체인 램켄은 루블화의 환율이 떨어지면서 러시아 시장에서 자사 제품 가격이 오르자 수출 주문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창틀 제조업체인 프로파인은 지금까지 늘어난 판매량으로 루블화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보충해왔지만 이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덴마크 외무부는 러시아 제재와 관련한 문의를 한번에 해소하기 위해 아예 130여개 회사를 모아 특별 브리핑을 열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EU의 제재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유럽 의회가 현실과 괴리된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각국 기업들이 러시아 제재의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에르키 리카넨 이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럽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리카넨 이사는 22일 핀란드의 한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위기가) 국제 금융시장이나 유럽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고 러시아에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국제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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