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트리뷴도 체육회와 대한빙상연맹의 제소 결정에 주목했다. 22일(한국 시각) 실린 '한국이 김연아의 패배 판정에 제소한다'는 제목의 기사로, 40년 가까이 피겨를 취재해온 필립 허쉬 전문 기자가 쓴 것이다.
일단 기사는 전날 제소 결정과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이 소치올림픽에서 개최국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김연아를 넘어 금메달을 따낸 판정이 블합리하고 불공정하다는 판단 하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상벌위원회에 제소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번 제소가 프리스케이팅 심판진의 문제에 집중됐다는 점도 소개했다. 당시 심판 중에는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판정을 조작하려다 1년 자격 정지를 받은 유리 발코프(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전 러시아 피겨연맹 회장 부인인 알라 셰코프세바(러시아)가 포함됐다. 또 기술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 조정관은 알렉산더 라케르니크 전 러시아 피겨협회 부회장이었다.
하지만 은연 중에 한국의 대응이 늦었다는 뉘앙스다. 허쉬 기자는 "당시 한국 관계자들은 심판진 구성에 대한 즉각적인 항의를 하지 않았다"면서 "항의를 하려면 당초 심판진 발표 이후 한 시간 이내에 이뤄져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21일 성명에서 피겨 경기 이후 가능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왔다"고 덧붙였다.
허쉬 기자는 다수의 국내외 언론과 마찬가지로 여자 싱글 경기 직후 판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 기자답게 오타비오 친콴타 ISU 회장, 라케르니크 기술 조정관과 직접 통화해 판정 논란에 대한 견해를 실었다.
당시 친콴타 회장은 "다소 전력에 흠은 있어도 훌륭한 심판"이라며 심판진 구성 논란을 일축했다. 라케르니크 조정관도 "김연아도, (동메달을 딴) 카롤리나 코스트너도 보기에 따라 우승할 수 있다"면서 "판정은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하지만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난 만큼 판정 번복 가능성은 적다. 체육회와 빙상연맹 역시 ISU 규정에 따라 판정보다는 심판진 구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번복을 노리기보다 차후 오심과 피해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차원의 성격이 더 짙다.
올림픽 직후 강한 비판 논조를 취했던 허쉬 기자도 최근 어쨌든 IOC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썼다. 이달 초 김연아가 올림픽 패배를 인정한 듯한 발언을 기사에 실은 IOC와 근거없는 발언 삭제를 요구한 김연아 측에 대해 "둘 모두 패배자"라고 지적한 것이다.
다만 허쉬 기자는 현 피겨 심판 제도에 대한 문제점은 강조했다. 현재 심판들이 각 나라 연맹의 요직에 있어 이해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진정한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