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정상회담 이유 '구구절절'…朴에 부메랑?

한일 만난 '사진'만 들고 아베 우경화하면 韓 정부에 '역풍'

자료사진
다음 주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21일 공식 발표가 청와대가 아닌 외교부에서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는 일종의 조건으로 역사 문제에 대한 진전을 강조해 왔던 만큼,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는 정치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상회담 계획이 청와대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외교부에서 이번 개최 사실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장 전날 한중 정상회담 발표도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밝혔었다.

두 문단으로 이뤄진 외교부 발표문은 이날 오후 4시 반쯤 보도자료 형식으로 언론에 전달돼, 외교부 대변인이 언론 앞에 서지도 않았다. 따라서 공식 질의응답도 없었다. 관련 설명은 당국자가 익명으로 언론에 요구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일 정상회담에) 외교적 함의가 많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기에 외교부에서 발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목에 대한 설명은 3국 정상회담이 '미측이 주최하는' 것이라는 발표문에서 찾을 수 있다. 최대한 일본과의 접점을 줄인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인데, 참여국들이 동등하게 만나는 정상회담에서 '주최하는' 이라는 표현 역시 이례적이다.


여기에 "한편,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국장급 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발표문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정작 3국 회담에서는 역사 문제는 의제로 다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회담 발표에 일본이 위안부 관련 협의를 하자는 한국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굳이 집어넣은 것은, 최근 일본의 태도가 정상 간 만남을 위한 여건을 조성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3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지금과 같은 역사 인식을 갖고 과거와 똑같은 발언을 반복한다면 정상회담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하는 등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정상회담의 위한 여건이라는 것을 수차 강조해왔다.

3국 정상회담 발표 형식과 내용의 함의를 두고 해석이 분분해지자 청와대는 오후 7시 반쯤 민경욱 대변인이 "그간 우리의 원칙에 입작한 외교적 노력과 일본의 어느정도 자세 변화가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계기가 돼 한미일 정상회담이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브리핑을 다시 한번 했다.

진짜 문제는 회담 이후 일본이 취할 행동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4월 중순으로 예정된 위안부 관련 국장급 협의에서 성과물이 나올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일본 측 입장은 잘 알고 있으므로 협의를 통해 진행해나갈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의 태도 자체엔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일본이 위안부 관련 협의에 얼마나 성의 있게 참여할 것인지, 곧 발표될 교과서 검정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검증을 하는 의도는 무엇인지 등이 여전히 의문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주제인 북핵과 핵 비확산 이슈가 3국 사이 이견이 없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번 만남의 의미는 철저히 '3국 정상이 만났다'는 수준이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3국 정상이 함께한 '사진'만 취하고 곧바로 우경화 행보로 돌아선다면, 아베 총리의 성의를 '인정'했던 정부 입장에선 부메랑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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