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은 즉각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선언, 다음 달 5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아프가니스탄 치안 불안이 가속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내무부 무함마드 아유브 살랑기 차관은 이날 오후 6시 카불의 세리나 호텔 식당에서 4명의 무장괴한이 총격을 퍼부어 외국인 4명과 아프가니스탄인 5명 등 총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여성은 4명, 남성은 3명, 어린아이는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외국인은 캐나다·뉴질랜드 출신 여성 각 1명, 인도·파키스탄 출신 남성 각 1명이라고 내무부가 확인했다.
부상자 가운데는 얼굴과 복부, 다리에 총상을 입은 하비브 아프간 아프가니스탄 의원도 포함됐다.
내무부 대변인은 현지 언론을 통해 "무장괴한들은 18세 미만의 청소년들로 양말 속에 권총을 숨긴 채 저녁을 먹겠다며 호텔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괴한들은 호텔 화장실에서 3시간 동안 숨어 있다가 저녁 시간에 맞춰 페르시아 새해인 '누르즈'(Nowruz)를 기념한 특별 뷔페를 먹던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리나 호텔은 대통령궁과 주요 정부청사에서 불과 1㎞ 떨어진 5성급 고급호텔로, 카불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로 꼽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다. 특히 이 호텔에는 대선을 감시할 유엔 직원들이 묵고 있다.
탈레반은 즉각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는 어떤 장소라도 공격하기로 결정하면 해낼 수 있다"며 호텔 테러는 물론 이날 오전에 11명의 사망자를 낸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 자폭테러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지난 10일 대선에 반대한다며 투표소 실무자, 유권자, 보안요원들을 모두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다음달 대선은 아프가니스탄이 외국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치르는 첫 선거다.
미군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올해 말까지 예정대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뒤에도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자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