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밴드, 사회부적응자의 대중음악 ‘맞장뜨기’

[노컷인터뷰]대중 친화적이게, 대신 음악적으로 부족함 없게

예리밴드는 욕을 참 많이 먹었다. 인디에서 뛰어놀다가 2011년 ‘슈퍼스타K3’에 출연한 뒤 욕을 먹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독특한 경우다. 억울한 면이 왜 없겠냐마는 리더 한승오는 “사회성이 결여돼 있었다”는 말로 정리했다. 부당한 타협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다. 아이러니다. 사실 예리밴드는 굉장히 대중 친화적인 밴드인데 말이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의 예리밴드는 한창 욕먹던 시절의 예리밴드와 조금 다르다. 여성 멤버인 김선재, 김하늘이 빠지고 남성 멤버 남궁혁, 이학인이 합류했다.

“‘슈퍼스타K’ 끝나자마자 드럼 치는 멤버가 나갔어요. 말은 아니라고 했지만 좋지 않은 관심이 쏟아지다 보니 힘들어 한 것 같아요. 길을 가다가도 손가락질 당하고, 친구랑 수다를 떨어도 그 중 일부가 SNS 올라올 정도였으니까. 베이스 치던 친구도 1년 전쯤 나갔어요. 벗어나려 할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고 지금도 자유롭진 못해요”

사실 예리밴드는 방송을 좀 더 잘 ‘이용’했으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입장이 됐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러질 않았다. 사회성이 결여돼 있어 이렇게까지 낙인찍힐 줄 몰랐다.


‘톱밴드2’ 출연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은데 가십거리로만 여겨지는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앞서 ‘톱밴드’에 출연했던 동료 밴드들이 ‘여긴 전혀 다른 분위기’라고 말하는 것도 힘이 됐다. “나가고 싶었다”는 말도 맞지만 어찌 보면 ‘나가야만 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후로도 2년여가 더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예리밴드는 지난달 20일 미니앨범 ‘로미오 마네킹’을 발표했다.

“힘이 안 들어갔다면 거짓말이죠. 욕을 먹은 만큼 음악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게 또 어떻게 보면 치밀하게 음악 작업을 할 수 있었던 동력도 됐고요. 피해의식만 갖고 살 수는 없잖아요(웃음) 사실 13곡정도 녹음을 했고 정규앨범이 간절하긴 했는데 밝은 곡들은 다음번에 모아서 따로 내기로 했어요”

딕펑스, 톡식, 아이씨사이다 등의 프로듀싱을 담당한 한승오의 손길은 역시 범상치 않았다. 무르익은 무게감과 직설적인 발랄함을 압도적인 록과 경쾌한 댄스의 화법으로 담아냈다. 꽤 묵직한 곡들이지만 그 무게감을 듣는 사람한테까지 지우진 않았다.

“저희를 비롯해 패밀리인 딕펑스, 톡식, 아이씨사이다 등 우리 가치관은 록이라고 꼰대부리지 말고, 대중성을 지향하자는 거예요. 대신 음악적으로는 부족함이 없게 하자는 거죠. 캐릭터화하기도 하고 퍼포먼스를 도입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서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해서 들을 수 있게 만들자는 생각이에요. 저희 패밀리 가풍이에요(웃음)”

“밴드는 개성들이 워낙 강해요. 사회부적응자들이고 적응자였다면 아이돌의 문을 두드렸겠죠. 제가 말하는 건 개성 강한 건 좋은데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떤 하나의 무기는 갖춰야 한다는 거예요. 해외에서 록은 자유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가장 계산적으로 상업적인 분야이기도 하거든요. 대중음악이랑 정면으로 맞장을 떠보자는 게 저희 각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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