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3분만에 '지진기사'가 송고되는 비결은?

'로봇저널리즘 시대'…뉴스통신사에서 사건·금융·스포츠에 활용

지난 17일(현지시간) 규모 4.7의 지진이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강타한 새벽 6시25분.

진동에 잠을 깬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켄 슈웬케 기자의 컴퓨터에는 이미 지진의 규모와 진앙, 최근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의 경향 등이 정리된 기사가 이미 작성돼 기다리고 있었다. 본인은 전혀 쓴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슈웬케 기자는 잠시 글을 훑어본 뒤 '전송'을 눌렀다. 기사는 지진이 일어난지 3분도 채 되지 않아 신문의 웹사이트에 올랐다.


이런 신속한 보도를 가능케 한 것은 슈웬케 기자가 2년 전에 개발한 '퀘이크봇'이라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 경고를 내면 프로그램은 조사국의 발표문에서 관련 정보를 추출해 정해진 기사 형식으로 가공한다.

퀘이크봇이 쓴 기사는 기자의 편집과 가공을 거치며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만든 알고리즘으로 작성됐다'는 문구가 삽입된다.

슈웬케 기자가 속한 로스앤젤리스타임스는 이전에도 지역내 살인 관련 경찰 발표를 유사한 형태로 자동으로 가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용한 바 있다.

'로봇 저널리즘'으로 불리는 자동 기사 작성 프로그램은 확산 추세다.

촌각을 다투는 금융 분야나 결과가 숫자로 쉽게 환산되는 야구 등 스포츠 관련 분야 보도가 대표적이다. 뉴스통신사에서 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발표 자료를 재가공하는 수준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복잡한 글을 쓰는 프로그램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유명 경제잡지 포브스는 기업의 최근 실적 등 몇가지 수치를 넣으면 해당 기업의 전망을 예상하는 그럴듯한 기사를 생성해주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개발한 '내러티브 사이언스'사와 제휴했다.

이런 추세가 확산하면 언론사들이 기존 취재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짧은 기사 한 건을 작성하는데 10달러도 채 들지 않는데다 작성 시간이 1초도 되지 않는다는 경쟁력 덕분이다.

로봇 저널리즘은 특히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 상에 존재하는 대규모 자료를 훑어보고 흐름을 짚어내는 데 최적의 도구라는 분석도 있다.

찬성론자들은 로봇 저널리즘이 기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기보다 기자들이 탐사·심층 보도 등 제대로 된 취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주장한다.

슈웬케 기자는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로봇 저널리즘은) 보조 도구"라며 "기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는게 아니라 기자들의 일을 더 재미있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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