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시의원회관에서 서울시민연대가 주최한 ‘5천억 혈세 투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DDP라는 괴물에 대해’라는 주제로 발제한 홍성태 교수(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는 DDP에 대한 면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어떤 이들은 건물이 완공됐으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됐다며, 이제 문제 제기는 멈추고 활용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홍 교수는 "DDP는 에펠탑이 아니라 이명박의 4대강 사업과 비교해야 한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은 살아 있는 강을 죽였고, 감사원으로부터 ‘총체적인 비리와 부실’로 규정됐던 것처럼 DDP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면밀한 감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소를 잃었다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또 소를 잃게 될 것이다”며, “5,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만큼, 이 건물이 들어서게 된 과정을 철저히 살피고 문제를 밝혀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비용 폭증, 허황된 홍보…마치 4대강 사업 보는 것 같아
DDP는 그동안 주변 환경과의 부조화, 건축가의 동대문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논란을 일으켜 왔다.
하지만 홍 교수는 이러한 논란보다 더 나아가 설계부터 완공까지의 전 과정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새빛둥둥섬 - 약 1,500억 원), 서울시 신청사 - 약 3,600억 원, 한강 르네상스 -약 6,000억 원에 이어 DDP에는 약 5,000억 원이 사용됐다.
계획된 공사비보다 늘어났다.애초에는 2008년 6월 착공하여 2010년 3월 완공이 목표였으나, 2009년 4월 착공해 2014년 3월 완공으로 변경됐다. 또한 ‘지하 1층 지상 3층’에서 ‘지하 3층 지상 4층’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는 2,274억 원 -> 3,441억 원 -> 3,934억 원이 됐고, 설계비는 79억 원 -> 136.6억 원 -> 155.7억 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공사 당시 서울시는 DDP로 인해 생산유발효과 23조 원, 일자리 창출 20만 명, 외국인 관광객 280만 명의 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홍 교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4대강 공사를 보는 것 같다”며, “비용의 폭증과 함께 이 허황된 홍보와 DDP 건축의 전체 과정의 면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 전통마저 덮은 디자인
공사 과정에서 일어난 유적 훼손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2008년 겨울 DDP 건설현장에서 청계천 물길이 성곽 밑을 관통해 흘러가도록 만든 이간수문(二間水門) 등 총 123m에 이르는 한양도성 성곽과 조선시대 최대 군영인 훈련도감의 부속기관인 하도감 터 유적들이 발굴됐다.
하지만 공사는 중단하지 않았다. 1,000억여 원을 들여 설계만 약간 변경해 강행했다. 서하도감은 성곽 밖으로 이전하고, 하도감 터에 있던 유적들도 여기저기로 옮겼다. 그리고 터를 덮었다.
홍 교수는 "공사를 중단하고, 문화재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야 했다"며 "오세훈 전 시장이 너무나 소중한 서울의 역사를 대대적으로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 "다시는 이런 일 없게 오세훈 전 시장에게 구상권 청구도 고려해야"
홍 교수는 지금의 DDP를 그대로 올바르게 활용할 방안이 없다고 했다. 다만 매년 운영비로 나갈 321억 원의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부분 이용이다. 전체가 아닌 부분만 이용해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다른 하는 전면 개축이다. 현재의 ‘보는 건물’을 ‘쓰는 건물’로 전면 개축하는 것이다.마지막 하나는 매각이다. 전체든, 부분이든 매각해 서울시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잘못과 반복을 막기 위해서라도 감사원의 감사로 잘못을 명확히 밝히고 오세훈 전 시장 등 책임자들이 피해를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