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당국과 '자경단'이 크림 반도 내 우크라이나군 기지를 공격하는 등 통제권을 강화하는 가운데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압박을 강화했다.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연합(EU)이 경제제재 등 3단계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러시아를 압박했으나 EU 차원의 실효성 있는 제재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러시아 하원, 크림 병합 조약 비준…이번 주 법절차 마무리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 공화국과 세바스토폴 특별시의 러시아 편입에 관한 조약을 비준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표결 참여 하원 의원 444명 가운데 443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1명이 반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크림 병합 조약 비준안과 크림 수용 연방법률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상원이 21일 크림 병합 조약을 비준하면 대통령 서명을 거쳐 최종 채택된다.
러시아는 크림을 병합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이번 주에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조약에는 올해 말까지 이행기를 거쳐 내년 1월1일까지 러시아가 크림과 세바스토폴을 완전히 병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경제 압박도 강화
전날 우크라이나 해군은 200여 명의 친러시아 자경단 등에 크림 반도 세바스토폴에 위치한 해군 본부를 점령당하면서 사실상 크림반도 영토 사수를 포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군과 주민 2만5천여 명을 우크라이나로 철수시킬 방침이다.
세바스토폴에서 현지 주둔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부대를 대거 이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게이 투투예프 세바스토폴 시민 방위위원회 부위원장은 "우크라이나군을 떠나겠다고 등록한 군인이 현재 4천500명에 달한다"며 "이들 가운데 80%는 러시아군에 편입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제자동차운송협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의 러시아 세관들이 전날 자정부터 우크라이나산 제품의 통관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또 친서방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우크라이나 제과회사 로셴의 러시아 내 계좌를 동결하고 러시아 지사 경영진을 형사입건했다.
◇메르켈 "EU, 경제제재 등 3단계 조치 검토"
메르켈 독일 총리는 크림 병합을 강행하는 러시아에 EU의 추가 제재가 취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부터 이틀간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독일 연방 하원 연설에서 "오늘 EU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지난 2주 전에 발표한 2단계 제재를 결의할 것"이라면서 "나아가 EU와 러시아 간, 주요 7개국(G7)과 러시아 간 정치 관계에도 뒤따르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U 정상들은 상황이 악화하면 언제든지 3단계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면서 "3단계 조치에는 경제 제재가 당연히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정상들은 20∼21일 이틀간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 제재 방안을 논의한다.
EU 정상들은 지난 6일 열린 긴급회의에서 러시아와 비자 면제 협상을 중단하고 아울러 경제협력을 위한 대화도 유예할 것을 결정했다.
이어 지난 17일 EU는 크림 반도 위기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21명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EU는 두 차례의 제재를 부과하면서 러시아가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지 않고 위기를 고조시키면 강도 높은 추가 제재를 경고해왔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에서 본격적인 경제 제재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EU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러시아 경제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면 결과적으로 러시아 경제와 밀접한 EU 국가들도 악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크림 사태 발발 이후 이날 처음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크림 사태를 논의했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최근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