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포웰의 흥분이 아쉬웠던 이유는?

인천 전자랜드의 리카르도 포웰이 KT 파틸로를 앞에 두고 드리블을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주장 리카르도 포웰이 흥분하는 순간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졌다.

2년 연속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도전한 인천 전자랜드의 꿈이 좌절됐다. 전자랜드는 20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부산 KT에 57-79로 패했다.

전자랜드는 22-39, 17점 차로 뒤진 채 전반전을 마쳤다. 2쿼터 부진이 아쉬웠다. 3점슛 7개를 던져 모두 놓쳤고 전체 야투 시도 14개 중 3개 만이 림을 통과했다.

KT의 저돌적인 수비가 효과를 봤다. 베테랑이 많은 KT 선수들은 이날 경기가 벼랑 끝 승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손을 뻗었고 몸을 부딪혔다. 마치 1차전 패배 후 2차전에 나섰던 전자랜드의 그물망 수비를 보는듯 했다.

그러자 전자랜드 선수들은 심판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물론, 억울할만한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더 이상 다음이 없는 6강 플레이오프 최종전이었다. 침착함을 유지해야 했다.


17점 차는 뒤집기가 쉬운 점수차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단기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전자랜드는 3쿼터 중반 점수차를 14점 차로 좁혔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한 것은 전자랜드 선수들이었다. 전반적으로 조급했다. 게다가 2쿼터부터 심판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한 포웰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백코트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코트에 앉아 심판을 응시하는가 하면 몸싸움을 벌이다 함께 넘어진 조성민을 향해 소리를 지르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했다.

전자랜드로서는 포웰을 벤치로 불러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3쿼터에 먼저 투입된 찰스 로드 역시 흥분 상태로 집중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점수차는 순식간에 20점 이상으로 벌어졌다.

정영삼의 부상도 컸다. 지난 4차전에서 18점을 올리며 부활을 알린 정영삼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오른쪽 발목을 다쳐 코트를 떠나야 했다. 정영삼이 다치자 누군가는 제2 공격옵션의 역할을 해줘야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전자랜드는 잘 싸웠다. FA 시장에서 문태종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 4위를 차지한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올해 플레이오프를 통해 과제도 남겼다. 외국인선수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포웰이 흥분했을 때 스스로 나서 난관을 뚫고 나갈 국내 선수가 없었다(정영삼의 부상이 더 아쉬운 이유다). 전자랜드가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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