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불시착한 듯한 우주선 모양의 독특한 외관으로 화제가 된 DDP는 설계 초반부터 전시행정, 예산낭비 등 수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DDP가 향후 공공건축물로 기능하며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지, 예산만 까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할지는 앞으로 DDP 안에 담길 콘텐츠에 담겼다고 할 수 있다.
'꿈꾸고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Dream, Design, Play DDP)을 가치로 삼는 DDP가 개관 기념전으로 준비한 5개 전시는 그런 면에서 DDP의 첫 시험대인 셈이다.
DDP 설계자 자하 하디드전, 간송미술관의 첫 외부 전시인 간송문화전 등 개관전의 이모저모를 개관에 앞서 살펴본다.
◇ '간송 소장품'의 첫 나들이…간송문화전(展)
DDP 개관전의 하이라이트다.
일제 강점기 전 재산을 털어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데 온 힘을 쏟은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의 소장품이 외부 나들이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전시회에서는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해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사상 최고의 낙찰가를 기록했던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제294호),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30점이 수록된 '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 등 교과서에서나 접하던 국보급 문화재가 대거 모습을 드러낸다.
가로 8m18㎝에 달하는 현재 심사정의 '촉잔도권'을 한 번에 펼쳐서 선보이는 것도 처음이다.
앞으로 3년간 DDP에서 기획전이 열리며, 이번에 소개되는 1부 전시에서는 간송의 문화재 수집 일화를 중심으로 풀어냈다.
1부 전시는 6월 15일까지이다.
◇ "건물에서 스푼까지"…자하 하디드 360도展
개관전의 또 다른 백미로, 수많은 논란을 몰고 다니는 세계적인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64)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말 그대로 360도 조망하는 전시다.
파격적인 형태의 '노바 슈즈'와 물이 퍼져 나가는 듯한 '리퀴드글라스 테이블', 대리석으로 만든 '머큐릭 테이블' 등 어느 하나도 평범하지 않은 자하 하디드의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1차 전시는 26일까지 디자인놀이터 로비에서, 2차 전시는 4월4일∼5월31일 알림터 국제회의장에서 각각 열린다.
◇ 모두를 위한 디자인…엔조 마리展
평생 '더 나은 인간의 삶을 위한 디자인'을 실천해 온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 엔조 마리(82)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가구, 그래픽, 교육용 완구, 사무용 액세서리 등 엔조 마리가 50년간 만들어 온 다양한 디자인 생활용품과 시각 디자인 작품이 소개된다.
엔조 마리가 누구나 판자와 못, 망치 등만 가지고 의자와 테이블 등을 스스로 만들어 쓸 수 있도록 제공한 19가지 기본 가구 설계 도면을 토대로 한 학생들의 워크숍 결과물도 선보인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이다.
◇ 스포츠 디자인展
스포츠 선수의 경기 능력과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한 디자인을 집중 조명한다.
황선홍 포항스틸러스 감독의 축구화, 만화가 이현세가 야구선수 김태균(한화)을 주제로 그린 일러스트 등을 비롯해 기술과 산업, 예술이 융합된 스포츠용품과 예술 작품 등 36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5월 26일까지이다.
◇ 울름 디자인 그 후…울름조형대학 1953∼1968展
'울름 모델'이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독일 울름조형대학은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계승하며 기초 과학과 인문학 수업을 보강해 디자인의 학문화와 현대 산업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토대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울름조형대학의 교육 과정과 디자인의 특성 등과 함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울름 스툴'(1955), 운반과 수납을 고려해 치수를 똑같이 조정한 '스태커블 식기세트 TC 100'(1959) 등을 선보인다.
전시는 5월 21일까지이다
DDP는 면적도 넓은데다 건물 내부에 층간 구분이 없어서 자칫 길을 잃고 헤매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도슨트(전시 해설자) 안내와 전시 관련 강연 등도 있으니 참고하자.
간송문화전을 제외한 4개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무료이며, 이후에는 통합 입장권을 구입하면 50% 할인된 가격(9천원)에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