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은 지난해 6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연내 양적완화 축소 방침 발표로 세계 금융시장이 한바탕 홍역을 앓은 '버냉키 쇼크'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특히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위기와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등으로 인해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연준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타격이 한층 커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옐런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옐런 의장은 양적완화 종료 이후 '상당 기간' 현행 기준금리(0.25%)를 유지하겠다는 FOMC 성명과 관련해 상당 기간은 "구체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6개월 정도"라고 밝혔다.
양적완화 규모가 현 추세대로 FOMC 회의 때마다 100억 달러씩 준다고 가정할 경우 양적완화 종료 시기는 오는 10월 FOMC이므로 금리 인상 시기를 이르면 내년 4월께로 고려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시장이 그간 금리 인상 시기를 빨라도 내년 하반기 정도로 전망했기 때문에 옐런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시장에 상당한 동요를 일으켰다.
뉴욕증시는 옐런 의장의 발언 직후 떨어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70%,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0.61% 각각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국채 금리도 2년물의 경우 0.42%로 0.07%포인트(7bp) 올라 지난 2011년 6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아시아 증시도 20일(한국시간) 오전 10시 7분 현재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 225)가 0.50%, 한국 코스피가 0.64%, 대만 가권지수가 0.91%, 호주 S&P/ASX 200지수가 0.84% 각각 하락하는 약세에 빠졌다.
특히 지난해 버냉키 쇼크로 가장 크게 휘청거린 신흥국 시장이 자본 이탈에 따른 주가·채권·통화의 '트리플 약세'를 다시 맞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 통화 가치는 일제히 하락해 오전 10시 16분 현재 달러 대비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1.26%,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는 1.14%,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0.70%, 싱가포르달러화 가치는 0.67% 각각 떨어졌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단 시장의 기대보다는 상당히 '매파적'(통화 긴축 성향)인 발언이 연준에서 나와서 시장이 금리 상승 전망에 미리 반응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오 팀장은 다만 "지난해 버냉키 쇼크 때는 미국 금리가 급등했으나 이제는 이미 상당히 올라와 박스권에 안착한 상태여서 금리 상승의 위험성이 많이 반영됐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신흥국들의 충격이 지난해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에 대해서는 옐런 의장의 발언이 "1,900선을 무너뜨릴 정도의 악재는 아니지만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당분간 1,900∼1,970 정도의 박스권을 오르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