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상황에서는 기존 주주에게도 제3자 배정을 통한 신주인수를 허용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이 규정이 재벌들의 경영권 편법 상속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30대 재벌 상장계열사 190개 중 35개(18.4%)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제165조의 6 제1항을 정관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룹별로는 30개 그룹 중 16개(53.3%)가 여기에 해당했다.
작년 5월 자본시장법 개정 당시 신설된 이 조항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기존 주주를 포함한 특정인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상법상 허용되지 않았던 주주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예외를 규정한 것이다.
문제는 경영진이 이 조항을 실제로 이용했을 때 정말로 필요한 결정이었는지 여부를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현재 상태로는 재벌 2, 3세에 대한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주주운동 컨설팅업체 네비스탁의 엄상열 연구원도 같은 의견을 밝히면서 "이른바 '쿠션'을 두세 번만 하면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발행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그룹 지배권을 넘겨줬던 삼성과 비슷한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예외조항 신설에 앞장선 재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경영권 승계 방안을 부심해온 그룹들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한진[002320](한진해운) ▲한화[000880](한화, 한화케미칼) ▲신세계[004170](신세계푸드) ▲OCI[010060](유니드, 유니온, 이테크건설[016250], 넥솔론[110570], 삼광글라스[005090], OCI, OCI머티리얼즈) ▲코오롱[002020](코오롱글로벌) ▲미래에셋(와이디온라인, 미래에셋증권) ▲·[002380](KCC, KCC건설) ▲대성(서울도시가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두산[000150](두산, 두산건설[011160], 두산엔진[082740],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두산중공업[034020], 두산) ▲GS[078930](GS건설, 코스모신소재) ▲동부(동부하이텍, 동부씨엔아이, 동부제철[016380], 동부화재해상보험, 동부증권) 등은 경영권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평가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총수 지분이 많아서 승계 필요성이 큰 그룹이 상당수"라며 "삼성이나 롯데 등 예외규정을 도입하지 않은 곳은 재무구조가 안정돼 있고 순환출자 형태여서 신주발행 필요성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