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감청자료 폭로 '봇물'…"장관, 거액 뇌물 받아"

"터키항공, 나이지리아 이슬람 무장단체에 무기전달 의혹"

터키 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 장관 등 집권당의 비리와 관련한 감청자료가 대거 폭로되고 있다.

터키 일간지 자만과 휴리예트 등은 19일(현지시간) 비리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말 경질된 장관이 명절 선물로 거액의 현금을 받았음을 주장하는 통화 녹음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이란 태생의 사업가 레자 자라브는 지난해 10월 전 유럽연합(EU)부 에게멘 바으시 장관에게 50만 유로(약 7억4천만원)를 뇌물로 줬다.

자라브는 지난해 10월 그의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초콜릿과 로쿰(터키 전통 젤리)을 은접시에 담고 50만 유로를 넣어 포장하고 바으시 전 장관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자라브는 지난해 12월 17일 검찰과 경찰이 비리사건 용의자 52명을 체포할 당시 공직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검거됐으며 현재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바으시 전 장관은 당시 아들이 체포된 장관 3명과 함께 비리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말 개각에서 경질됐다.

이와 관련해 터키 의회는 이날 야당의 요구로 소집된 임시회에서 장관 4명의 비리 혐의를 보고받고 면책특권 박탈을 논의하는 비공개회의를 열었다.

자만은 또 이날 인터넷에 공개된 감청자료에 따르면 터키항공이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에 '치명적인 물건'을 전달한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터키항공 간부인 메흐메트 카라카시는 총리 자문관인 무스타파 바랑크에 전화를 걸어 화물이 배달되는 주소에 의문을 품고 화물 운송과 관련해 정보당국의 견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음성파일에는 카라카시가 "이것들이 무슬림을 죽일지, 기독교인을 죽일지 모른다. 내가 걱정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바랑크에게 말한 것이 녹음됐다.

반면 터키항공은 즉각 성명을 내고 무기 수송은 국제법과 회사 정책에 따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나이지리아에 무기를 수송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밖에 전날 새로 공개된 에르도안 총리의 전화를 감청한 음성파일에는 총리가 친정부 성향의 일간지 스타의 무스타파 카라알리오울루 편집국장과 전화통화에서 칼럼니스트 2명의 칼럼 내용에 불만을 표명하고 이들을 해고하도록 압력을 넣은 대화가 녹음됐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 통화에서 카라알리오울루 편집국장에게 기사를 사전에 점검하지 않았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터키에서는 지난달 초 에르도안 총리 부자가 거액의 비자금 은폐와 뇌물 수수를 논의한 통화를 감청한 녹음파일이 공개된 이후 연일 집권당의 비리를 드러내는 감청자료가 공개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뇌물과 관련한 감청파일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언론사에 압력을 가하고 재판과 공공입찰에 개입한 사실을 폭로한 녹음파일의 통화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터키는 오는 30일 지방선거를 치르며 지난해 말부터 터진 '비리 스캔들'과 감청자료 폭로 등에 따라 집권당의 지지율이 떨어졌으나 지금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