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내용이나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한 시즌이 끝난 날 마지막 미팅 자리에서 추일승 감독은 어떠한 질책도 하지 않았다. 1년동안 고생한 선수들과 따뜻한 정을 나눴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고양 오리온스가 프로농구 2013-2014시즌 전 목표였던 4강 진출에 실패했다. 1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서울 SK에 60-63으로 분패,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패했다.
추일승 감독은 경기 후 미팅 자리에서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선수들을 격려하고 다음을 바라보는 것이 그 순간 사령탑이 해야 할 몫이었다.
추일승 감독은 "올 시즌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며 "또 우리가 계속 발전하지 못한다면 퇴보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팀 그리고 더 나은 개인을 위해 비시즌동안 열심히 하자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 가드 이현민은 누구보다 더 의기소침했다. 3점차로 뒤진 마지막 공격에서 3점슛 놓친 자책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이현민을 탓하지 않았다. 4쿼터에서만 9점을 쓸어담은 이현민의 활약이 없었다면 21점 차를 잡을 수 없었다. 또한 오리온스의 마지막 공격은 작전타임이 없는 관계로 부산한 상황에서 전개됐다. 누군가는 슛을 던져야만 했고 그게 이현민이었다.
오리온스의 이형진 부단장은 "경기가 끝나고 가보니까 현민이가 울려고 하더라. 2차전에 이어 또 그런 상황이었는데, 네 잘못 아니라고 격려를 해줬다. 선수들 전체에게도 너희들이 있어 정말 행복했고 정말 잘했다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추일승 감독은 더 단단한 팀을 만들어 다음 시즌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농구는 한 명이 아닌 다섯 명이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정신적으로 무장돼 있어야 개인의 위력이 배가된다. 플레이오프 기간에 주요 선수들이 다쳤지만 좋은 경기를 했다. 앞으로 다섯 명이 힘을 합해 펼치는 농구를 지향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