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제재 확대 요구가 EU를 진퇴양난에 빠트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EU는 러시아를 더 강력하게 제재할 필요성에 직면했지만 EU 국가들은 러시아 제재 강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보도했다.
EU가 러시아를 제재하려면 28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하는데, 러시아와의 이해관계에 따른 일부 국가의 반대로 고강도 제재를 위한 합의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EU는 지난 17일 러시아 측 인사 21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고 자산동결 및 여행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어 20일 EU 정상회의를 열어 러시아 고위인사와 푸틴 대통령의 측근 등을 제재 리스트에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특정 개인을 향한 제재는 초보적인 저강도 제재로 실효성이 떨어진다.
핵심은 EU가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줄 만한 고강도 제재를 할 수 있을 것인가다.
러시아의 수출, 기업, 은행에 직접적인 해를 가하는 제재 조치는 결과적으로 러시아 경제와 밀접한 EU 국가들에게도 악영향을 준다. EU 국가들로서는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러시아로부터의 보복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러시아에 강경한 태도인 독일조차도 전체 가스량 공급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지하고 있다. 영국 역시 러시아가 수도 런던을 금융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스, 발틱 국가 등 대부분의 EU 국가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로이터통신은 "EU가 이번 주에 제재 리스트에 오를 이름을 추가할 수는 있지만 러시아에 해를 가할만한 진전된 조치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고 (EU 내에서도) 의견이 분열될 것이며 러시아도 이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EU는 이에 따라 제재보다 외교적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고, 결국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의 불안정을 조용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도 러시아와 유럽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면서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유럽이 러시아 천연가스와 원유가 필요하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질적인 제재를 위해서는 EU 국가들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다음주 열리는 핵안보정상회담에서 주요 7개국(G7) 및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유럽 국가들에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AFP통신은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조치는 한계가 있다며 "러시아와 광범위한 교역·에너지 교류를 하는 유럽이 키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 투자한 미국 기업인들도 러시아 제재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대기업 CEO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 소속 CEO 100여명은 19일 워싱턴에서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만나 러시아 제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