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으로 서방군사동맹 'NATO' 생명연장하나

'러시아 반대' 속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여부 주목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러시아 간 '신냉전'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의 산물로 탄생한 서방의 군사동맹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역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에서 대외관계를 담당하는 닉 위트니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나토의 관점에서는 천우신조"라면서 "나토에 수명연장의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19일 보도했다.

나토는 2차대전 이후 세계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양대 이념축으로 나뉘어 대립하던 시절 북미와 서유럽 12개국이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1949년 설립한 기구다.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은 1955년 나토에 맞서 군사동맹 바르샤바조약기구를 출범시켰고, 이같은 서구와 동구의 냉전 구도 속에서 나토의 위상은 높아졌다.

그러나 1990년대 소련이 해체되고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하면서 나토의 역할은 전환기를 맞았다.

회원국의 집단적 방위를 위한 군사동맹체라는 애초의 역할보다는 테러 대응,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등의 새로운 역할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바르샤바조약기구에 속했던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도 1997년 나토에 가입, 회원국은 현재 28개국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나토의 움직임이 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크림반도에서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자 폴란드, 루마니아, 몰도바 등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서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나토에 요구하고 있다.

나토는 지난 11일 크림반도에서 러시아의 군사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공중조기경보관제시스템(AWACS) 정찰기 두 대를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했으며, 미국은 300명의 병력과 F-16 전투기 12대를 군사훈련을 명목으로 폴란드에 파견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18일 러시아가 크림 공화국과 합병 조약을 체결하자 "러시아가 위험한 길로 계속 가고 있다"며 "크림 합병은 불법이며, 나토 동맹국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정작 갈등의 중심에 놓인 우크라이나는 나토의 '파트너'국가지만 회원국은 아니라는 점에서 나토 활동에 제약 요소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동맹국 1개국에 대한 무장공격도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 '나토헌장 5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가 (나토헌장 5조에 따른) 보호를 받았다면,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보호하고, 필요할 경우 전쟁에 돌입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나토 가입 계획이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도 나토 가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18일 "나토 가맹은 우리의 의제에 있지 않다"며 "우크라이나는 강하고 현대화된 우크라이나 군대의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서방계인 우크라이나 빅토르 유셴코 전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과 나토에 가입해 군사력을 증대시키지 않는다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세력 확대의 야욕을 계속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가 크림 공화국을 전격 합병하는 등 우크라이나에 위기가 고조된 배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알렉산드르 찰리 전 외무부 차관보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면서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중립을 보장하라는 러시아의 제안에 동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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