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의 결혼을 암묵적으로 허용하고 배우자 강간을 조장하는 규정을 포함하는 등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아파 무슬림 법학자의 이름을 딴 '자파리 가족법' 초안은 상속과 결혼, 이혼 등 가족 관계를 규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초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이라크 여성의 권리 침해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실제 9살의 소녀도 이혼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제147조는 미성년자의 결혼을 사실상 허용한 셈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이는 이라크에 만연한 조혼 풍습과 함께 비판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고 AFP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실제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인구조사기관인 인구조회국(PRB)의 2013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라크 여성의 ¼이 18세 이전에 결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또 남편이 성관계를 요구하면 부인은 항상 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문도 문제 삼았다. 부부 사이의 강간을 합법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밖에도 모유 수유의 조건, 부인을 여럿 둔 남편이 각 부인과 며칠씩 보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규정은 지나치게 지엽적인 내용이라는 점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법이 시아파 무슬림의 실제 일상생활을 반영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새 법이 중동 지역에서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라크의 현 가족법을 폐기시키는 게 아니라며 반박하고 있다.
시아파 정당인 파드힐라 당 소속 암마르 토마 의원은 "이 법의 핵심은 각자가 믿는 종교에 따라 가족 관계를 현실에 맞게 규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인 하산 알샴마리 법무장관 역시 이 법이 "여성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는 기본 규정을 담고 있다"고 항변했다.
시아파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새 가족법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처럼 뜨겁지만 다음 달 30일 총선 이전에 이 법이 의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이라크 정부가 이 법을 의회에 제출한 것은 시아파의 불만을 사지 않으려는 누리 알말리키 총리의 정치적 포석이었을 뿐 실제 입법화하려는 의도는 애초부터 없었다고 익명의 정부 고위 관료는 밝혔다.
바그다드 대학의 정치과 교수인 이흐산 알샴마리도 "현 시점에 법안 제출은 순전히 정치적인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