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일간 알아흐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이로대를 다니는 여학생 수십명이 최근 "교내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성추행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여학생은 성추행 반대 캠페인 조직 '나는 성희롱을 목격했다'에 검정 바지에 핑크색 스웨터를 입었다는 이유로 법대 학우 10여 명한테서 성적 공격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이 학생은 "남학생들한테 둘러싸여 언어적, 물리적으로 성적 공격을 당했고 이들이 옷을 벗기려 했다"며 "바로 화장실로 달아나 경비원이 올 때까지 숨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이 경비원의 보호를 받으며 캠퍼스 밖으로 나오는 비디오 장면도 공개됐다.
카이로대 안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추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학교 측은 밝혔다.
그러나 카이로대 측이 피해 여학생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이 대학 총장 가베르 나사르는 이집트 민영 ONTV와 인터뷰에서 그 여학생이 캠퍼스로 들어올 때 (문제의) 복장을 가린 긴 외피를 벗었다며 "이 행동이 사건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나사르는 이어 "이 여학생의 실수가 (남학생들의)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지만 대학은 학생들이 캠퍼스 안에서 독특하고 부적절한 복장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남학생과 그 여학생 모두 처벌을 받게 될 것이며 교칙을 어긴 이유로 퇴학 조치까지 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나는 성희롱을 목격했다' 캠페인 대변인 파티 파리드는 대학 총장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며 "그 여학생이 부적절한 옷을 가리려고 긴 가운을 입었다"는 그의 발언도 부인했다.
파리드는 이어 "학교 측은 여학생의 동영상이 공개될 때까지 이 사건을 부인했다"며 "이러한 성적 폭력은 사회적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이 캠페인 조직은 지금까지 남학생과 교직원으로부터 당한 수십 건의 성희롱 사례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집트에서 성추행·성폭력 사건은 2011년 시민혁명 이후 치안이 크게 악화한 이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벌어진 반정부 시위의 현장에서 성폭력이 빈발했으며 3년 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붕괴시킨 시민혁명 당시에도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성희롱·성폭력이 늘어난 바 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하야한 직후 미국 CBS 방송의 라라 로건 특파원은 취재 도중 군중에게 둘러싸여 성폭행과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성추행 사례를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 27개주 여성 수백명을 인터뷰한 결과 99% 이상이 성추행과 성폭행 등 성적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고 알아흐람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