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여야 유력인사들은 벌써부터 자신의 대권 가능성을 선거에 활용하는 모양새다. 제주지사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 재선을 노리는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지사,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등은 각각 '대권론'을 들고 지역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희룡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는 18일 "도지사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저희 세대에는 와야 한다"며 '제주도 출신 대통령'을 전면에 내걸었다.
원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도지사라는 일은 제가 대한민국 변화의 일을 마감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질적인 도약을 위해 더 나아갈 수 있는 그런 과정이자 시험대"라며 제주도지사직을 발판 삼아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도민이 원한다면 대선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지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은 도지사 재선이 초미의 관심이고, 거기에 집중을 해야 한다. 대선이 2017년에 치러지기 때문에 중간에 (대권에) 갈 수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도지사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면 경남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나"라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경남출신 정치인이 6개월 더 지사직을 가지느니, 대통령이 되는 게 (도민 입장에는) 더 낫다"라며 "도민들이 전부 (대선에) 나가라고 추대할 때 그때나 나갈 것"이라고 잠룡 대열에 자신을 포함시켰다.
야권에선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충청권 대망론' 카드로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안 지사는 '친노 적자'라는 상징성에 도지사 행정경험이라는 스펙까지 갖추며 차기 대권주자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방선거를 기회로 정치적 몸집을 키우고, 지역 표심을 토대로 대통령의 꿈을 이루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권자 중에서는 지역만을 위해 일할 일꾼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꿈꾸는 잠룡들을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치력과 야망을 가진 인물이 시·도지사가 돼야 중앙정부와 연계된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고 다른 도시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상징적인 인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2002년 서울시장 출마 당시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상태였던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당선으로 전환점을 마련했고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때문에 서울시장은 대통령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로 인식된다.
지난 17일 리얼미터의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주간 정례조사 발표에 따르면 정몽준 의원은 18.8%로 그동안 선두를 유지해왔던 안철수 의원(17.1%)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정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공식 선언을 하면서 "대권에 나가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치란 생물이어서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여의도의 관측이다.
시민운동가에 불과했던 박원순 현 서울시장도 지난 2011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야권의 대권주자로 순식간에 발돋움했다. 박 시장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시장 임기 중 사퇴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본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맹점은 있다. 2017년 예정된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면 임기 도중에 퇴임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선거가 잠룡들의 대권용 발판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유권자에게 퍼지면 지역발전을 위해 희생할 것이라는 출사표는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들과 경쟁하는 후보들이 '임기중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이혜훈 최고위원은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대권주자가 되기 위한 연습장도 아니고 놀음판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정치시장은 떠나야 한다"고 여야 경쟁자들을 한꺼번에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