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러시아에 '이빨 빠진' 제재"…서방언론 비난

러시아 주가 오히려 상승…제재 대상 푸틴 측근 "장난인 줄 알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크림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주요 인사에 대해 추가 제재를 단행했지만 정·재계 실세들이 제재 대상에서 빠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미국과 EU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의 독립 선언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사태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 측 인사들을 상대로 자산동결과 여행제한 등 2차 제재를 부과했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협력 세력에 경제적 고통을 가하려는 것이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가디언 등은 17일(현지시간) 미국·EU가 러시아 정치·경제계 거물들을 제외하고 제재를 발표해 러시아에 미칠 타격이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빠진 것은 차치하더라도 러시아에서 실권을 쥔 인사들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인물들을 겨냥해 '무딘 제재'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들 신문은 또한 서방국가들의 제재 발표 직후 그동안 약세이던 러시아 증시가 오히려 상승 출발했다는 점을 들어 제재 강도가 시장의 기대치보다 낮았다고 지적했다.


WSJ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나 세르게이 이바노프 크렘린 행정실장(비서실장),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 등 정권 실세와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사장,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사장과 같은 푸틴의 '돈줄'이 모두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고 적었다.

이 신문은 또한 이번 제재가 '오바마는 맞대응할만한 맷집이 없다'는 푸틴의 시각을 재확인시켰다면서, 미국을 약해 보이도록 했다는 측면에서 '효과없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비판했다.

WP도 미국과 EU의 이번 제재가 러시아에 '경제적 고통'을 안기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푸틴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하려면 그의 반응을 기다리기보다는 실제 경제적 타격을 줄 만한 조치를 한발 앞서서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디언도 미국과 EU의 제재를 두고 '이빨이 빠졌다'고 표현하면서 특히 EU의 경우 내부 이견으로 애초 120명 수준이던 제재대상이 러시아인 13명과 우크라이나인 8명 등 21명으로 대폭 줄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또한 백악관이 '냉전이후 가장 광범위한 제재'라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지우려 했지만 제재대상에 오른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가 트위터에 '(오바마 대통령이) 장난하는가 싶다'고 적는 등 비웃음만 사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경제 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 역시 미국과 EU가 이번 제재로 크림 사태와 관련해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정치적 메시지'는 보내지만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무역거래와 투자 등 경제적 흐름은 건드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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