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8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결승 2차전을 앞두고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중국 기자는 최용수 FC서울 감독에게 "만약 광저우를 꺾고 우승한다면 세계적인 명장 리피 감독 앞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출 생각이 있는가"라는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최용수 감독은 "강남 스타일 춤은 유행이 조금 지났다. 타이밍에 맞지 않는 질문을 한 것 같다"고 재치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강남 스타일 질문'은 애교 수준이었다.
지난 17일 중국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ACL 공식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한 기자는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에게 도를 넘는 무례한 질문을 던졌다.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을 때, 이동국을 포함해 전북 선수 5명을 뽑는 등 국내파로 대표팀을 구성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는데,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은 해외파로 그리스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것이다.
ACL 경기와 무관한 질문이고 상대를 자극하는 배려심 없는 질문이다.
이에 최강희 감독은 "유럽에서 뛰는 많은 한국 선수들도 K리그를 통해서 성장했다"는 대답으로 일축했다. 중국 기자의 질문에 이동국도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최강희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뒤 중국 기자의 무례한 질문에 대해 "욕이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공식석상에서 그럴 수 없어 참았다. 중국 기자들의 그런 질문이야 한두번도 아니고, 전에 더 심했던 적을 생각하며 참았다"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의 말처럼 한두번이 아니다. 종목도 가리지 않는다.
최근 가장 유명한 예는 2011년 중국 우한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 준결승전에서 나왔다. 개최국 중국에 패한 한국의 허재 감독을 향해 한 중국 기자가 "중국 국가가 나오는데 왜 한국 선수들의 자세가 흐트러졌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허재 감독은 최강희 감독과는 달리 솔직한 감정을 털어놨다. 통역을 통해 질문을 이해하자마자 "뭔 소리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그래. **, 짜증나게"라고 화를 버럭 내며 기자회견장을 박차고 나갔다.
자리를 떠나는 허재 감독에게 어떤 중국 기자가 집에 가라는 의미의 "고 홈(Go home)"이라는 말을 꺼냈다가 허재 감독의 레이저 눈빛을 맞기도 했다.
그 질문 뿐만이 아니었다.
"허재 감독 당신은 유명한 3점 슈터였는데 한국의 외곽슛 성공률은 왜 낮았느냐", "경기 전에 중국 홈경기라 판정이 불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오늘 진 것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한국 선수들은 왜 중국에서 라면을 먹느냐" 등등.
허재 감독을 비롯한 한국 선수단이 대회 기간에 들은 황당 질문 시리즈다.
허재 감독은 올 시즌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허재 감독에게 중국 기자란?"이라는 질문을 받고 "매너가 없는 놈들이죠"이라고 답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