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 사고나 병 등 장차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해 일정한 돈을 미리 내고, 약정된 조건이 성립될 경우 그에 맞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보험'의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보험은 어떨까. 지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입하는 것, 그래서 가입과 해지를 반복하다 돈만 날리는 것, 혹은 가입할 땐 '다 보장'이지만 막상 필요할 땐 제대로 보장이 안 되는 애물단지가 바로 보험이다. 보험 이미지는 이렇게 부정적일 때가 많다. 보험설계사의 이미지 역시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보험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혹시 닥칠지 모르는 불행에 대비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도 왜 보험에 이토록 부정적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보험료를 낸 만큼 혜택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도 상당수 사람들이 '내가 낸 보험료보다 보험금을 적게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시장은 경제규모 대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 이어 두번째다. 얼핏 보면 보험가입자가 많으니 시장이 잘 형성돼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어두운 현실이 드러난다. OECD 국가별 총보험금 지급률이 형편없이 낮아서다. 지불한 보험료와 비교해 보험금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를 따진 것인데, 우리나라는 네덜란드(0.9%), 스페인ㆍ호주ㆍ일본(0.8%), 독일ㆍ미국(0.7%), 프랑스(0.6%)보다 낮은 0.5% 수준에 불과하다. 지불한 보험료의 절반 정도밖에 혜택을 못 받는 것이다.
강매상품으로 전락한 '보험'
보험금 지급률이 이렇게 낮은 이유가 뭘까. 구조적인 모순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문제점은 높은 영업비용이다. OECD 국가들 중 총보험료 대비 총영업비용은 일본이 10%, 호주ㆍ네덜란드ㆍ독일이 8~9%, 미국ㆍ이탈리아ㆍ캐나다 등은 0~3%였다. 우리나라는 15%에 달했다. 말하자면 고객이 보험료를 내면 그 순간부터 보험금의 15%를 까먹고 시작한다는 거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 보험은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보험사가 변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보험은 늘 '필요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닐 것이다.
곽상인 ING생명 재무컨설턴트 marx9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