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고령화 시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지금처럼 선진화된 노후문화를 만들지 못했을 거다. 유럽은 고령화와 함께 들이닥친 '저금리 시대'를 겪으면서 복지국가에 눈을 떴다. 혹독한 저금리 시대에 유럽인은 노후준비의 필요성을 깨달았고, 국민들은 스스로 노후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유럽인의 삶에 '노후준비'라는 콘셉트가 스며들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구나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꿈꾼다. 고정된 연금을 지급받으며 1년 중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고, 휴양과 여행을 반복한다. 집에서는 인근 산에 올라 등산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남편이 나간 사이 아내는 집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꽃을 키우고 작은 텃밭을 가꾼다. 집안 곳곳에는 그녀가 그린 그림과 보기만 해도 화사한 화분이 가득하다. 주말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거나 한가롭게 책을 보고 저녁엔 쇼핑을 한다. 은퇴 후 경치 좋은 자연에서 여유를 느끼며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꿈꾸는 것은 모두 똑같다.
1920년대부터 노후 대비한 유럽
하지만 누구에게나 이 생활이 허락되는 건 아니다. 은퇴 후 생각하지 못했던 노후문제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그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한가지 사실을 알려준다. 갈수록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여유로운 미래를 원한다면 당장 노후준비에 나서라는 거다. 부모 세대를 떠올려보자. 100세 시대의 개막으로 노후가 길어졌지만 늘어난 삶을 즐길 수 있는 이들은 드물다. 우리나라처럼 노후복지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선 스스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득해 보이지만 지금부터 준비하는 게 좋다. 노후준비는 빠를수록 노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방법은 하나다.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 여생을 빛나게 만드는 거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환경은 신통치 않다. 저금리 시대의 고착화로 인해 금리에 기대 저축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에 대비하려면 시간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다음 복리를 이용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작은 비용을 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복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 중 하나는 노후대비를 위해 개발된 연금이다.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개인연금을 통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 부족한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연금은 가입 당시 평균수명이 적용돼 연금수령액이 결정된다. 가령 한 남성이 연금에 가입한다고 치자. 현재 이 남성의 평균수명은 80세다. 60세부터 연금을 받기로 했는데 60세가 되고나서 총 3억원의 연금자산을 모았다. 60세부터 80세까지 20년간 살 것이라는 가정 하에 3억원을 20년으로 나눠 연간 1500만원의 연금을 지급한다. 80세가 지나 120세가 돼도 사망 시까지 연 1500만원씩 지급한다. 만약 70세 사망하면 남은 100세까지 30년 동안 남은 아내 혹은 자녀에게 연 1500만원이 지급된다.
우리나라에도 개인연금수령자가 있다. 이는 이들이 1990년대부터 노후를 준비했다는 뜻이다.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한 일 중 가장 뿌듯한 것은 연금에 가입한 것이다." 사람은 내일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산다. 연금은 노후대비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다.
주효앙 모네타 재무컨설턴트 joohyoa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