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우리나라의 3대 자동차 수출 시장이지만 미국 양적완화 축소 방침으로 타격을 입은 데다가 작년 말부터 불거진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악재가 겹쳐 한껏 위축됐다.
현대·기아자동차[000270]는 올해 1∼2월 러시아에서 작년 동기간보다 1.0% 감소한 4만9천447대를 판매했다. 현대차[005380]는 전략 차종인 '솔라리스' 등을 앞세워 0.6% 증가한 2만4천945대를 팔았지만 기아차는 2.6% 줄어든 2만4천502대에 그쳤다.
전체 수출 실적의 약 30%를 러시아에서 올리는 쌍용자동차는 연초 세운 연간 판매량 목표(16만대)를 하향 조정할 만큼 타격을 받았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가격 협상이 지연돼 올해 1월중 단 1대도 팔지 못했기 때문이다.
쌍용차[003620]의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루블화 가치가 10% 이상 떨어져 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나자 값을 깎아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면서 "고객 유지를 위해 어느 정도 양보했지만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달러화 대비 루블화는 작년 말 32.927루블에서 이달 14일 현재 36.649루블로 11.3% 상승했다.
이 업체는 작년 1∼2월 러시아에 6천100여대를 수출했지만 올해는 1월에야 가격 협상을 마무리한 탓에 2월 2천100여대를 판매한 것이 고작이다.
올해 러시아 수출 목표는 3만여대로 작년 실적 3만5천여대보다 14% 낮췄다.
그밖에 한국GM의 러시아 수출 물량도 작년 1∼2월 8천972대에서 올해 동기간 8천356대로 소폭 줄었고, 르노삼성자동차는 504대에서 332대로 감소했다.
러시아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은 작년부터 가시화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해 완성차업계의 러시아 수출 물량(승용차·버스·트럭 등)이 14만4천158대를 기록해 전년 19만853대보다 24.5% 빠졌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0년 전후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러시아에서 자동차 붐이 일어났다가 한풀 꺾이는 추세"라면서 "미국이 돈줄을 죄는 가운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통화가치까지 급락해 충격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러시아가 내부 절차를 거쳐 실제 크림을 병합할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강력한 제재가 잇따를 수도 있어 자동차 시장의 '겨울'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