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귀속 결정 크림, 독립국가 선포

유엔과 국제사회에 승인 요청…"우크라법 적용 더이상 안받아"

러시아로의 편입을 확정한 크림 공화국 주민투표 결과가 공표된 17일(현지시간) 크림 수도 심페로폴 시내는 의외로 평온한 분위기였다.

전날 저녁 잠정 개표 결과가 알려진 뒤 시내 레닌 광장에서 수백 명의 인파가 몰린 축하 콘서트가 열리고 약 30분에 걸쳐 수많은 축포를 쏘아대던 흥분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차분한 표정이었다. 공휴일로 지정된 탓이기도 했지만 시내 중심가 거리는 크게 한산해진 느낌이었다. 투표 직전까지 주요 시설들에 배치됐던 자경단원들의 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오전 한때 크림 공화국 독립 선포식이 열리던 시내 주코프스키 거리의 크림 의회 건물 주변에 특수부대 '베르쿠트' 요원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자경대원 수십 명이 배치됐었으나 오후 들어선 이들도 어딘가로 자취를 감췄다.

시내 도로를 따라 러시아 국기를 매단 몇몇 자동차들이 질주하고 도로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소형 러시아 국기를 운전자들에게 나눠주는 모습만이 크림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주민투표의 여운을 느끼게 할 뿐이었다.

크림 의회는 이날 독립국가를 선포하면서 유엔과 각국에 이를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명령을 발표했다. 의회는 명령에서 "크림을 독립주권국가인 크림 공화국으로 선포한다"면서 "크림 공화국은 유엔과 세계 모든 국가에 크림의 주민에 의해 창설된 독립 국가를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크림반도에 위치한 세바스토폴은 특수 지위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명령은 또 "이날부터 크림 공화국 영토 내에선 우크라이나의 법률이 적용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 의회나 다른 국가 기관의 결정도 이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명령은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 산하 국영기업들이 모두 크림 정부 자산으로 이전된다고 선언했다. 이에따라 흑해 연안 에너지 개발 전문 기업인 '체르노모르네프테가스'를 비롯한 대형 에너지 관련 기업과 교통·인프라 시설, 주류 공장, 은행 등의 국영기업들이 모두 크림 정부 산하로 넘어가게됐다.

크림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하루 전 치러진 주민투표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미하일 말리셰프 크림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개표 결과 96.77%가 크림의 러시아 편입에 찬성했다"면서 "크림의 광범위한 자주권을 보장한 1992년 헌법 복원과 우크라이나 잔류에 찬성한 투표자는 2.51%였다"고 밝혔다. 그는 투표율은 83.1%로 최종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별도의 주민투표가 실시된 세바스토폴에서는 95.6%가 러시아 귀속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고 투표율은 89.5%로 집계됐다.

러시아 하원과 상원은 이 같은 투표 결과를 환영하면서 크림의 러시아 병합을 위한 러시아 내 절차를 최대한 빨리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크림 주민투표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크림은 우크라이나의 영토이며 그곳엔 우크라이나 국민이 살고 있다"면서 "어떤 주민투표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는 크림공화국과 함께 어떤 위기로 빠져들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크림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하리코프, 도네츠크 등 동남부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고 러시아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국에 예비역 동원령을 발동했다.

중앙정부는 향후 45일 안에 4만명의 예비역을 소집해 2만명은 정규군에 나머지 2만명은 내무부 산하 특수부대인 '국가근위대'로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정부를 지지하면서 주민투표를 보이콧했던 크림내 타타르계 주민들도 개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크림 타타르공동체 자치위원회(메드쥴리스) 부위원장 나리만 젤리알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타타르공동체는 처음부터 크림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했었다"며 "온갖 부정이 저질러진 투표 결과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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