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공치는 오피스 상권 피하라

[족집게 창업]

이상규 박사
직장인들이 창업을 하려고 할 때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자신이 먹던 오피스 상권의 식당이다. 잠재적 창업자들인 직장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항상 언급하는 곳이 자신의 회사 근처에 있는 대박 식당이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돈을 갈퀴로 긁어가거나' '돈을 셀 수가 없어서 자루로 들고다닐' 정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조만간 식당을 창업하려고 한다.
 
오피스 상권의 가장 큰 문제는 영업할 수 있는 시간의 30%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영업할 수 있는 날이 한 달에 22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주 5일 근무제 실시 이후 일주일에 주말을 공쳐야 하고 근로자의 날, 명절, 여름휴가, 삼일절, 한글날 같은 공휴일까지 영업을 하지 못하므로 따지고 보면 실질 임대료가 다른 지역보다 비싼 편이다.
 
입지를 정할 때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바로 식사 시간에 맞춰 상권을 본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에 오피스 상권을 둘러보면 조금만 잘하면 대박을 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오피스 상권에서 점심시간에 빈자리가 있는 식당은 망하기 직전이 아니라면 없다. 그래서 오피스 상권에 창업을 염두에 둔 사람들의 머릿속은 손님으로 가득 찬 식당과 돈으로 넘쳐나는 카운터뿐이다.
 
인천에서 크게 갈비전문점을 10여 년 이상 운영한 후배도 서울 여의도에 프랜차이즈를 하겠다는 큰 꿈을 가지고 작년 초에 김치찌개 전문점을 열었다. 상권에 대한 지식만 없었을 뿐이고, 음식의 맛과 식자재 구매 노하우, 직원관리 경험을 충분히 갖고 있었지만 얼마 전 1억이라는 큰돈을 날리고 접었다. 많은 것을 배웠다는 점으로 위안을 삼았지만, 베테랑도 영업을 주5일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이 점포가 속했던 여의도 상권은 동여의도와 서여의도로 나뉘며, 최근 동여의도의 개발이 완성됨에 따라 많은 고객이 동여의도 쪽으로 흡수되었다. 그와 반대로 서여의도는 오래된 오피스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 그곳에 위치한 많은 식당들은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모습 그대로 운영해오고 있었다. 그래서 서여의도 근처 오피스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서여의도의 식당들은 맛은 있으나 좀 오래되고 지저분하다는 선입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업 실패 후 이런 분석은 후배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러나 동여의도의 화려한 오피스에서 영업 중인 식당들도 영업이 조금 잘 될 뿐 비싼 임대료와 주말의 공동(空洞) 현상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깨끗한 공간에 평일 점심 때 반짝 넘쳐나는 손님은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오피스 상권은 나중에 사업이 매우 번창해 전국에 매장을 차려야 할 때 마케팅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평일 점심에 반짝하는 유동인구에 혹해서 '엄청난 수업료'만 지불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상규(외식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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