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공사고중 '조종사 자살' 결론은 고작 0.3%

증거 있어도 '조종사 자살' 언급은 금기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와 관련해 '조종사 자살설'이 다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항공사고중 '조종사 자살'로 결론난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나온 미국연방항공청(FAA)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심각한 항공기 사고 2천758건 가운데 조종사 자살로 인한 사고는 0.3%인 8건에 그쳤다.

이 8건중에서 승객이 함께 숨진 경우는 1건뿐이었으며, 나머지 7건에서는 조종사만 사망했다.

자살 조종사 8명은 모두 남성이었으며 4명은 술을 마신 채였고 2명은 항우울제 복용 중이었다.

FAA 보고서는 "비행 중 조종사 자살은 예상하기도, 방지하기도 어려운 비극적이고 고의적인 사건"이라며 "이런 자살로 인한 사고는 덜 보고되고, 그래서 덜 알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사 당국은 조종사 자살로 인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기는 해도 여전히 이에 대한 언급을 금기로 여기고 있으며 강력한 증거가 있더라도 조종사 자살로 결론 내기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1999년 미국 동부 대서양 연안에 추락해 217명의 사망자를 낸 이집트 항공기 사고 당시 부조종사가 조종실에 혼자 앉아 자동항법 장치를 끄고 '나를 신께 맡깁니다'라는 말을 11차례 반복했지만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조사 보고서에서 '자살'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1997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떠나 싱가포르로 가다가 강에 떨어져 104명의 사망자를 낸 실크에어기 사고 때도 미 조사당국은 고의적 추락이었다고 지적했지만 인도네시아 당국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앙골라에 떨어져 33명의 사망자를 낸 모잠비크 항공기 추락 사고 역시 초기 조사 결과 고의적 사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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