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자치정부는 주민 투표 잠정 집계 결과, 95%의 주민이 러시아 귀속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번 주민투표는 국제법과 유엔헌장에 부합한다며 합병절차를 밟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 서방은 투표 자체의 불법성을 주장하면서,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크림 주민투표는 국제법의 규범에 부합하며 러시아는 크림 주민들의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크림공화국 분리독립의 합법성 근거로 지난 2008년 코소보 독립을 국제사회가 승인했던 것을 내세우고 있다.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는 유엔 헌장과 함께 주민의 자결권을 인정한 국제법, 코소보 국제사법재판소(ICJ)의 2010년 판결을 독립선언의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 2010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는 세르비아 내 자치지역이었던 코소보가 2008년 주민투표로 완전 분리독립을 선언한 데 대해 “국제법은 (어느 누구의) 독립선언도 금지하지 않는다. 따라서 코소보의 독립선언은 일반적 국제법상 위법행위가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1999년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들이 세르비아 중앙정부의 이른바 ‘인종청소’를 이유로 분리독립에 나섰지만, 세르비아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이를 저지했다.
당시 미국은 코소보 독립을 지지했지만, 러시아는 자국내 분리세력의 준동을 우려해 이를 세르비아에 대한 주권 침해라며 코소보의 국가 승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크림공화국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는 ICJ의 결론을 근거로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은 우크라이나 헌법과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오전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크림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미국과 국제사회는 (투표 결과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밝혔다.
오바마는 이어 “러시아의 행동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보전을 침해하는 것이며, 미국은 유럽 국가들과 협력해 러시아에 추가적인 대가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헌법 73조에 따르면 “영토 및 주권과 관련된 사항은 우크라이나 국민 전원을 대상으로 한 주민투표로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크림반도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참여가 원천봉쇄된 이번 주민투표는 불법이라는 논리다.
서로 일관성 있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크림 자치공화국은 분리독립을 넘어서 러시아와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위협이 없는 만큼, 세르비아에 의해 알바니아계 주민들이 학살당했던 코소보 사태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크림공화국의 러시아로의 귀속 움직임은 지난 94년에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영국 간에 체결된 이 각서는 우크라이나가 보유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각서 서명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영토적 통일성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한 문서다. 러시아로 귀속될 경우 영토의 통일성이 침해를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