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주민투표…세계경제 먹구름 확산

서방국 자산동결 VS 러시아 보복…'경제 전쟁' 긴장 고조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의 주민투표 시행에 맞서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를 추진하면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확산하고 있다.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보복이 가시화하면 무력 충돌의 우려 못지않게 경제 충격의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배경이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귀속 주민투표가 시행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주요 은행과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의 제재 강화에 대비해 서방 금융권에서 수십억 달러를 찾아간 것으로 나타나 '경제 전쟁'의 긴장은 고조됐다.

영국 국제투자연구소 트러스티드소스의 크리스토퍼 그랜빌 소장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는 위협만으로 충분하다"며 "실행되면 세계경제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계 경제 '살얼음판' = 서방과 유럽의 대러 경제 제재가 본격화하면 천연가스와 곡물 등 원자재 시장의 요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태 초기부터 제기된 천연가스 대란의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러시아가 서방의 자산동결 등 제재에 맞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반격 카드는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분석에서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서 이 경우 세계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유럽은 지난 2006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공급 협상 실패에 따른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한차례 파동을 경험한 바 있다.

들썩거리는 국제시장의 곡물 가격도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의 최대 곡물수출국으로 수출 물량의 10%가 크림반도 항구를 거친다.

세계 경제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점도 불인 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는 국제무역의 절반을 유럽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부메랑도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진출한 독일 등 서방의 다국적 기업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부도 위기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지원 부담도 세계 경제에는 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말과 내년 말에 각각 130억 달러와 160억 달러의 부채 만기가 돌아와 외부 자금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다. EU는 규제 완화를 포함해 2년간 150억 달러를 지원키로 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구제금융 협상에 착수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불안 상황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타격을 받은 신흥국에서는 추가적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 "러시아 경제, 서방 제재시 충격 클 것" =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 러시아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분석됐다.

EU 수출 규모가 GDP의 15%에 이르는 러시아 경제의 취약성 때문이다. 이와 달리 EU의 러시아 수출 비중은 EU 역내 총생산(GDP)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서방의 제재 경고가 이어지면서 러시아 시장은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주가지수는 올 초 대비 20%나 폭락했다. 러시아 10대 그룹인 알리셰르 우스마노프 그룹의 기업가치는 지난주에만 66조 달러가 증발했다. 루블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고 러시아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9.7%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투자자금은 330억 달러에 이르고,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면 자금 유출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알렉세이 구드린 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 같은 자금유출 규모가 5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국적 은행 바클레이스는 최근 러시아 은행 VTB와의 합작 투자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반도를 합병하면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점도 러시아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복속에 따른 경제부담은 5년간 매년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스트로브 탤봇 미 브루킹스연구소장은 "러시아 금융부문이 글로벌 시스템과 깊숙이 연결된 상황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압력을 높이는 수단인 동시에 세계 경제에 대한 위험요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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