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주민의 60%가 러시아계인 탓에 투표결과는 우크라이나를 떠나 러시아로의 귀속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의 친(親)러시아 세력과 친(親)우크라 세력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친러시아계는 투표일인 이날 축제 분위기이다. 러시아계가 장악한 크림 수도 심페로폴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이들이 투표소를 찾고 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주민들은 러시아 국기를 닮은 청색-백색-적색 등 3색의 크림 공화국기와 꽃다발 등을 들고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심페로폴 레닌 광장에서는 이날 저녁 주민투표를 축하하는 공연도 예정돼 있다.
친러시아계인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총리는 투표를 끝내고 기자들을 만나 "역사적인 순간이자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며 "오늘 밤 우리는 이를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미하일 말리셰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많은 사람이 일찍부터 투표소를 찾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옛소련 시절에도 보기 어려웠다"며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주둔지인 세바스토폴 또한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세바스토폴은 크림반도에 있지만, 행정구역상 크림 공화국에 속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특별시'의 지위를 가진 탓에 별도의 주민투표가 개시됐다.
투표소를 찾은 알레피나 크리모바는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러시아로의 병합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어 귀속 결정에 따른 국제사회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푸틴이 잘 대응할 것"이라며 "내가 바라는 바를 이룰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리느라 밤새 한숨을 못 잤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반면 친우크라이나계인 타타르족이 주류인 크림 중부도시 바흐치사라이는 차분한 모습이다. 투표소 또한 러시아계 주민만이 간간이 찾아올 뿐 한산하다.
앞서 지역 타타르계 공동체 지도자들은 러시아 귀속을 묻는 주민투표에 불참할 것을 주민들에게 촉구했다. 이 탓에 역내 타타르계 주민들은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타타르족은 2차대전 나치를 도왔다는 이유로 옛소련 스탈린 정권시절 핍박을 받았었다. 이에 크림의 타타르족은 러시아로의 귀속을 반대하고 있다.
더불어 크림반도에 주둔 중인 우크라이나 군대 또한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기지 밖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현지 우크라이나군은 주민투표가 러시아로의 귀속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올 때 있을지 모를 친러시아 무장세력의 공격과 주민 폭동에 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이에 앞서 주민투표 후 크림이 실제로 러시아로 편입되거나 적어도 친러 성향의 독립 공화국으로 남을 가능성을 우려해 세바스토폴에 주둔했던 자국 함대를 흑해 연안의 오데사로 이전시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