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자치공, 러 귀속 주민투표 일제히 개시

선관위 "투표율 80%이상 예상"…90% 이상 러' 편입 찬성할 듯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에서 16일(현지시간) 크림의 러시아 귀속 여부를 결정할 주민투표가 일제히 시작됐다.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3시) 크림 공화국 내 1천205개 투표소가 일제히 문을 열었다. 전체 주민이 약 200만명인 크림 공화국에선 18세 이상의 성인 약 150만명이 유권자 등록을 했다. 투표는 거주 등록이 된 지역 투표소에서만 가능하다.

크림반도에 있지만, 행정구역상 크림 공화국에 속하지 않는 '특별시'의 지위를 가진 남부도시 세바스토폴에서도 별도의 주민투표가 개시됐다. 192개의 투표소가 차려진 세바스토폴에서는 약 30만명이 등록했다.

반(反)러시아계인 타타르족이 주류인 중부도시 바흐치사라이에서도 이른 시간부터 20여명의 주민이 투표소를 찾았다. 앞서 크림 타타르계는 주민투표 자체를 불법이라 규정하고 투표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주민들은 러시아 국기를 닮은 청색-백색-적색 등 3색의 크림 공화국기와 꽃다발 등을 들고 축제 분위기에서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현재 투표장 부근에는 크림 정부 산하 경찰과 보안요원들 외에 자경단원 약 1만명이 배치돼 치안 유지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각 투표소와 주요 관청 건물 등을 경비하고 있다.
투표는 오후 8시까지 계속된다. 23개국에서 온 180여명의 참관단이 투표 진행 상황을 감시한다.

투표용지에는 '크림이 러시아 연방의 일원으로 들어가는 것에 찬성하는가'와 '1992년 크림 공화국 헌법 복원과 크림의 우크라이나 잔류를 지지하는가'란 두 가지 질문이 주어졌다.

유권자는 두 가지 항목 중 하나에 체크 표시를 할 수 있다. 질문들은 크림 주민의 민족 구성상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크림 타타르어 등 3개 언어로 적혀 있다.

크림 의회는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이듬해인 1992년 공화국도 역시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한다는 내용의 개헌안을 채택했으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허락하지 않아 자치권을 부여받는 선에서 타협했다. 따라서 두 번째 항목은 독립을 선포한 당시 헌법으로 복귀한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서방 언론들은 크림 주민투표에는 어떤 경우에도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는 지금과 같은 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전제가 깔렸다고 해석했다.

크림 정부는 투표율이 8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잠정 투표 결과는 투표 종료 몇 시간 뒤 나올 예정이며 최종 결과는 17일 발표될 것이라고 크림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미하일 말리셰프가 밝혔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스레스'의 최근 조사를 근거로 90% 이상이 크림의 러시아 귀속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루 앞선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이번 주민투표의 효력을 무효로 하려는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탓이다. 중국은 기권했다.

미국과 한국 등 나머지 13개 이사국은 찬성했다. 유엔은 이날 미국의 요청으로 안보리 15개 이사국 전체회의를 열어 '크림 주민투표 무효' 결의안을 표결에 올렸으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이에 앞서 크림 주민투표가 국제법을 준수한 합법적인 절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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