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아베 총리의 전날 국회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덜어드리고 한일 관계와 동북아 관계가 공고히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아베 총리의 발언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낸 뒤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왔는데, 한일 관계 개선을 압박하는 미국에 한국이 한 발 양보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다음 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일본 동시 방문을 앞두고 관계 개선 필요성을 재차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당장 이번 달 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제로(0)' 수준은 넘겼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통해 냉각기를 겪고 있는 한일관계에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다만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 실천적 행동으로 옮겨질 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누차 말하듯이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생각(외교부 당국자)"라는 것이다.
앞서 아베 총리는 전날 오전 참의원 예산위에 출석해 "현 내각에선 고노 담화 수정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전후 50주년엔 무라야마 담화, 60주년엔 고이즈미 담화가 나왔다. 어려운 고통을 겪으신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매우 아프다. 역사 인식과 관련해선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