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인식을 담은 담화로 고노담화가 있다고 밝히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아베 내각은 그것의 수정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고노담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1993년 8월4일 고노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로, 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이 지난달 28일 정부 안에 검증팀을 설치해 고노담화 작성 과정을 검증하겠다고 밝히면서 아베 내각이 고노담화를 수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2012년 12월 총리로 취임하기 전 언론 인터뷰 등에서 고노담화 수정 의지를 천명했던 아베 총리가 취임 이후 공개석상에서 고노담화 수정의사가 없음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한일관계 개선을 강하게 요구해온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고노담화 검증과 관련해 아베 정권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달말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한미일 3국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 측면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역사인식과 관련한 아베 정권의 전향적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한일 및 한미일 정상회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와 관련,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정부의 기본 입장은 고노담화를 계승한다는 것"이라면서도 한일 정부 사이의 담화 문안 조율 여부 확인, 한국인 군위안부 피해자들 증언에 대한 확인 등 고노담화 검증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며 검증 자체는 포기하지 않았음을 분명히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종전 50주년과 60주년을 맞아 무라야마(村山)담화와 고이즈미(小泉) 담화가 나왔다고 소개한 뒤 "아베 내각은 이들 담화를 포함해 역사인식과 관련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인식에 대해 겸허해야 한다"면서 "역사인식은 정치·외교 문제화해서는 안 되며, 역사연구는 전문가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일정상회담의 전제 조건 중 하나로 아베 총리의 무라야마·고노담화 계승 표명을 요구해온 한국 정부는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향후 행동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베 총리가 오늘 국회에서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분명히 언급한 점을 일단 평가한다"면서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점에도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일본 정부가 올바른 역사인식에 입각한 행동을 함으로써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아나가기를 바란다"면서 "아베 총리 발언의 진정성 여부는 앞으로 일본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