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부위원장 두 명도 대통령이 50명 이내로 구성되는 통일준비위원 가운데서 지명한다. 이 경우 부위원장 한 명은 정부측 인사가 맡을 가능성이 크고, 민간위원에게 돌아갈 부위원장도 당연하지만 박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는 인사가 위촉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외교·국방·기재부 장관 등 정부측 위원 외에 민간 위원은 대통령이 위촉한다. '각계 각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국민적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구체적인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을 만들어 나갈 것'(2.25 담화문)이라는 말과는 달리 보수·진보간에 수적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진보진영이 통일준비위원회 참여를 제안을 받는다 해도 흔쾌히 참여할지도 미지수여서 자칫 구색맞추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로 구분되지만 사무국 기능을 포함하는 '기획운영단'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운영단은 위원회 업무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부위원장과 각 분과 위원장 등으로 구성돼 상시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기획운영단 아래에 몇 개의 분과가 설치될 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문단까지 두는 '규모있는' 통일준비위를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분과의 숫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준비위원회가 대통령과 통일관련 부처 장관 등이 참여해 분과위, 기획운영단에 자문단까지 두는 거대 조직일 가능성이 크지만 수행할 기능은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통일준비를 위한 기본방향에 관한 사항 ▷분야별 통일준비 과제 발굴·연구 ▷통일에 대한 세대간 인식통합 및 사회적 합의 촉진 ▷통일 준비를 위한 기관·단체간 협력 및 연구기관 협업 지원 등의 일을 하게 된다.
통일의 대상이자 주체인 북한의 호응이 없는 상태에서 남쪽에서만의 활동임을 감안하면 통일준비위가 수행할 기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은 통일부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민화협 등이 일정하게 수행하는 기능들이다.
결국 미니 정부부처인 통일부와 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진보정권 당시 만들어진 민화협을 제껴둔 채 박 대통령의 뜻에 맞는 인사들로 구성된 또 하나의 통일기구의 성격이 짙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임기안에 통일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의지가 확실히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보진영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통일은 진보진영의 어젠다였다. 통일담론 뿐 아니라 실천적인 통일운동이나 남북교류협력도 진보진영이 주도해 왔다.
하지만 '통일은 대박' 발언 이후 주도권이 박 대통령에게 넘어 갔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반대하고 비판할 수도 없다. 통일준비위에서 하겠다는 일들은 통일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창수 연구실장은 진보진영의 선택지로 ▷부정하고 비판하거나 ▷잘 되게 견인하고 촉구하는 방법 ▷적극 참여하는 방안 등이 있다면서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잘 나가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진영의 경쟁담론과 대안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었을 때 안드로이드폰은 못만들어도 카카오톡이나 밴드는 만들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