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싼허변방 검사참(세관) 문서에 대한 '가짜' 영사확인서를 써준 국정원 출신 이인철 영사(선양 주재 영사관 파견), 국정원 본부, 그리고 '협력자' 김모(61) 씨에게 자료를 구해오라고 요청한 김모 과장(일명 김 사장)은 "위조를 몰랐다"며 진술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검찰 조사를 받은 국정원 화이트 요원 이인철 영사는 '협력자' 김모 씨가 위조한 싼허 세관자료(유우성 씨측 출입경기록이 잘못됐다는 취지)가 진본이라는 확인서를 써준 이유에 대해 "본청에서 요구해서 확인서를 쓴 것일뿐 문서가 위조된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영사는 "국정원 본부에서 보증할테니 빨리 확인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했다"고도 했다.
김 과장 역시 "김 씨에게 유 씨 측 자료를 요청했지만, 위조를 지시하거나 위조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 영사-국정원 본부-김 과장'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를 어떻게 검찰이 깨느냐가 이번 수사의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국정원의 이같은 '꼬리자르기' 고리를 깨지 못할 경우 국정원 관계자들을 위조 사문서 행사와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처벌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판례상 이 영사가 싼허세관에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본부에서 중국 싼허세관이 발급한 게 맞다고 확인을 해줬다 하면 기소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간첩 증거조작 사건은 위조 사실을 시인한 김씨(위조사문서 행사 혐의)외에 국정원 관계자의 혐의를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당초 14일 소환하려던 김 과장을 부르지 않은 것은 김 씨의 진술에서 구체적인 단서를 잡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을 처벌하기 위해선 김 씨의 진술을 제대로 다져야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수사 성과가 다음주 초중반쯤 진척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국정원 직원들이 스스로 모든 책임을 떠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최소한 증거조작을 실행하는데 직접 관련된 간부까지는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