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새 예능 프로그램을 대거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붐을 이뤘던 '관찰'보다는 '떼토크' 방식이 대거 눈에 띄고 있다. 관찰을 접목하더라도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하나의 소스로 활용하는 정도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5개, 지상파 3사 중 가장 많은 파일럿을 예고하고 있는 KBS에서도 관찰보다는 토크가 강세를 이루고 있다.
국민MC 유재석이 4년 만에 내놓는 새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나는 남자다'는 남자를 위한 토크쇼를 표방한다. 노홍철, 임원희가 MC로 등장해 비연예인으로 구성된 남자 패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구성으로 알려졌다.
신동엽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스터피터팬'은 중년 남성들의 동호회 활동을 소개하면서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이고, 김구라 성시경 유정현 오상진 조우종 등이 등장하는 '진격의 역지사지 토크쇼-대변인들' 역시 관찰과는 거리가 멀다.
개그맨 박명수, 정재형, 장기하, 은지원 등이 작곡 대결을 펼치는 '밀리언셀러'에서도 관찰을 찾아보긴 힘들다.
이휘재의 '두근두근 로맨스 30일'만이 세 커플의 30일간의 연애 과정을 보여주면서 관찰 및 실험 카메라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나 혼자 산다', '아빠!어디가?', '진짜사나이' 등을 내놓으며 관찰 예능을 주도했던 MBC에서도 이번에는 관찰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MBC 예능국의 야심작으로 알려진 강호동의 '별바라기' 역시 관찰이 아닌 비연예인이 출연하는 토크쇼다. 우리 사회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팬덤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이다.
전현무가 진행을 맡은 '연애고시'는 '모태솔로' 연예인 패널들이 출연해 연애에 대한 시험을 보며 심리치유를 겸한다는 포맷으로 알려졌다.
SBS는 '정글의 법칙' 도시 버전인 '도시의 법칙'과 '룸메이트'를 통해 관찰 예능의 다른 버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요즘엔 제작진들도 '관찰 예능'이라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에 조심스러운 반응이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단순한 관찰에서 나아가 다른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것.
이처럼 관찰 예능이 시들해진 것은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방송의 '떼토크' 부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관찰 예능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것은 이제 쉽지 않아 졌다. 엄마와 스타가 24시간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KBS 2TV '맘마미아'가 결국 시청률 저조로 막을 내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중문화 칼럼리스트 하재근 씨는 "이미 관찰 예능은 나올 만큼 나왔고, 더 만드는 것에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그동안 지상파에서는 토크가 약화됐다. 종편에서 떼토크가 인기를 모은 모습을 보고 그런 쪽으로 활로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축적됐던 관찰 예능에 대한 문제들이 최근 '짝' 문제로 폭발하면서 관찰 프로그램에 대한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일, '짝' 촬영 중이던 전 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촬영에 대한 압박감, 훔쳐보기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인 경종을 울렸다. 결국 '짝'은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새 프로그램에 관찰 예능이란 타이틀을 붙이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 씨는 "이전까지 시청자들은 진정성, 재미 등 관찰 카메라의 긍정적인 면만 봤다면, 최근엔 내재돼있던 불편함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며 "거부감이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관찰은 진짜 모습을 보여줬고, 시청자들과 방송 제작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과거처럼 스튜디오에서 대본대로 움직이면서 훈련된 리액션을 펼치는 것과 같은 회귀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대안, 안전장치를 강구해야할 문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