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통합전산센터는 지난 2008년부터 안전행정부와 경찰청, 국세청 등 18개 부처의 서버와 네트워크, 보안장비 등 전산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는 1급 보안시설이다.
정부통합전산센터가 매년 말에 발주하는 시스템 유지보수 사업은 금액만 수백억 원에 달한다.
규모 자체가 큰 데다 또 다른 정부 사업 수주의 발판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업체 간 과열 경쟁 등 이전투구가 끊이지 않았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업 수주를 위해 전산센터 공무원과 평가위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금품을 살포한 혐의(뇌물공여.횡령)로 A 업체 대표 문 모(47) 씨 등 6개 업체 관계자 15명을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발주정보와 내부문건 등을 유출한 광주센터 공무원 3명과 1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대전센터 유 모(55.4급 공무원.구속) 팀장 등 뇌물수수 공무원 4명도 형사입건했다.
이와 함께 업체로부터 청탁을 받고 조달심사 시 업체에 유리한 평가를 해 준 대가로 50~200만 원씩 총 1,900만 원을 받은 대학 교수 22명도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했다.
업체 간 시스템 유지보수 능력을 평가하는 심사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평가위원들은 '슈퍼 갑'으로 통한다.
주로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평가위원들에게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눈도장을 찍고 줄을 대는 것은 다반사라고 경찰측은 설명했다.
통합전산센터 입찰을 위해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거나 받는 업체 대표와 공무원, 대학교수 등은 총 44명에 달했다.
경찰 수사 결과, A 업체 문 대표는 전산센터 유지보수 업무 수주 능력을 평가하는 대학 교수들에게 지난 2010년부터 '낙찰되도록 잘 부탁한다'는 문자와 함께 각종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평소 학회후원이나 골프모임, 저녁 식사 결제 등을 도맡았으며 사업을 낙찰받으면 교수들에게 50~200만 원의 선물카드를 제공하는 등 총 6,600만 원 어치의 향응과 금품을 제공했다.
문 씨는 이런 수법으로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지난 2012년 발주한 사업 9개(550억 원) 가운데 7개(400억 원)를 낙찰받았다.
경찰은 A 업체 등으로부터 사업 편의와 정보 제공 대가로 각종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센터 공무원 2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했다.
또 정보를 유출한 혐의(전자정부법.개인정보보호법위반)를 받고 있는 공무원 3명도 입건하고, 향응 금액이 적은 공무원 15명은 해당 부처에 기관통보 조치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과거 전산업체에 근무할 당시 상사였던 B 컨설팅 대표로부터 내부정보 대가로 1억 원이 넘는 돈을 받아 챙긴 대전정부통합센터 유 모(55세.4급) 씨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산업체와 평가위원, 전산센터가 장기간에 걸쳐 금품과 향응을 주고받으며 사업을 낙찰받은 비리 사슬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