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7년 말레이시아 독립 이후 정권을 독점하다시피 맡아온 정치세력이 언론과 시민의 요구에 둔감하고 정책 투명성 증진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최근의 혼란과 미숙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조슈아 컬랜칙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쓴 '왜 말레이시아는 실종기와 관련해 아무 말을 하지않나' 제하의 기고문에서 "말레이시아 정부에 많은 걸 기대해선 안 된다"며 이런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말레이시아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400달러(1천110만원)에 이를 정도로 경제가 성장했지만 정치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했다.
말레이시아는 일당이 지배하는 국가가 아님에도 10여개 정당이 모인 집권연합인 국민전선(BN)이 지금까지 선거에서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독립 후 50여년간 총리도 6명밖에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집권세력 내 '젊은 피 수혈'도 원활하지 않았다.
컬랜칙은 국민전선의 승승장구가 대규모 게리맨더링(불공평한 선거구 획정), 폭력 행위, 야당의 무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작년 총선에서는 야권 3당 동맹 '국민연합'(PR)이 50% 득표율을 얻어 국민전선의 47%보다 득표율에서 앞섰으나 의석은 전체 222석 가운데 89석밖에 얻지 못해 '부정 선거' 논란도 벌어졌다.
바로 이러한 '정치적 정체'가 말레이시아항공과 같은 국영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컬랜칙의 분석이다.
그는 말레이시아 국영기업이 내부 거래와 부패, 투명성 부족으로 악명이 높다고 말하고, 특히 말레이시아항공 모기업은 작년에만 3억 5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지난 3년간 큰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이번 실종기에 도난 여권으로 2명의 승객이 탑승한 것도 전체적인 부실과 부패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