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이어서 스팸 문자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이 씨는 같은 날 아침 7시쯤 비슷한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새벽 4시에 온 문자는 모 주유소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로 7만 원이 결제됐다는 내용이었고, 7시에는 스키용품 판매점에서 10여만 원이 사용됐다는 알림 문자였다.
지갑을 열어본 이 씨는 자신의 신용카드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해당 카드사에 전화를 걸었다.
'전산 오류가 아니라 직접 사용됐다'는 답을 받은 이 씨는 위조로 직감하고 카드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5시에도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현금 인출 시도가 이어졌고 비밀번호 오류라는 문자를 추가로 받았다.
이 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주유소 업주와 짜고 고객 정보 수천 건을 빼낸 뒤 위조 카드를 만들어 사용한 일당 12명을 붙잡아 7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구속된 김 모(남.32) 씨는 지난해 7월 중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카드 위조 제의를 받고 카드 리더기를 건네받아 대전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고객 신용카드 정보를 수집해 사용한 혐의(신용카드 위조, 사기)를 받고 있다.
김 씨는 대전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또 다른 김 모(51) 씨에게 접근해 "고객 카드를 위조해 얻은 이익 30%를 주겠다"고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들은 고객들이 주유 금액 결제를 위해 신용카드를 건넸을 때 이를 부스에 가져가 위조하는 방식으로 5,000건이 넘는 고객 정보를 빼돌렸다.
고객 카드를 리더기에 읽혀 노트북에 저장하는 데는 5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고객정보를 공카드에 입력한 김 씨 등은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해 물품을 구입한 뒤 이를 현금화해 1억 2,000만 원을 챙겼다.
"위조된 카드를 국내로 들여와 사용한 사례는 간혹 있었지만, 국내 특정 주유소에서 대규모로 고객 정보를 빼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 씨 일당은 빼낸 고객 정보를 국내는 물론 상대적으로 카드 사용이 쉬운 중국과 태국 등으로 유통시켰다.
경찰은 위조된 카드를 사용한 4명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리더기는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어 비슷한 추가 범죄가 우려된다"며 "신용카드를 무작정 건네지 말고 눈앞에서 결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