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짝' 사망 출연자 '서약서'…공개해야 하나?

제주 서귀포경찰서. (김소연 기자/자료사진)
'출연자 사망'으로 SBS '짝'은 폐지됐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출연자 A(29) 씨와 제작진 사이에서 작성된 '서약서'에 대한 공개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지난 10일 중간수사 브리핑을 통해 서약서에 '참가자는 촬영에 성실히 응하고 제작진의 지시를 이행해야 한다', '의무를 위반할 경우 (SBS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등의 조항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특히 출연자 의무의 범주에 '촬영에 성실히 응하고 제작진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까지 포함됐는지가 쟁점이다.


만약 이 내용이 포함됐다면 출연자들은 촬영 내내 손해배상에 대한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A씨 역시 그 배경에는 이러한 부담감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약서가 공개되지 않아 그 '의무'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제주 서귀포경찰서 강경남 수사과장은 13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내사 중인 사건이고, SBS 측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서약서는 SBS 측이 수사협조 차원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보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족도 이미 합의가 끝난 상황에서 서약서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 공익적인 관점에서 (서약서) 공개를 검토할 수 있다"면서 추후 공개 가능성을 열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공개보다는 '비공개'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폐지될 정도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데다 이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바람직한 프로그램 제작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서약서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이런 비극적인 일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서약서의 내막을 공개하고 고칠 것이 있다면 고쳐 나가야 한다", "서약서를 무조건 덮어둘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면 공개가 당연하다" 등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최윤정 교수도 "'짝' 사건은 일반 출연자들의 감성을 상품화시켰던 프로그램의 한계를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공개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반해 서약서 공개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공개했다가 괜히 물어뜯기 식으로 사태가 번지면 유족들이 난감해질 수 있다", "솔직히 서약서에 과도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성인인 출연자가 출연하겠다고 판단했던 일이다. 제작진 측의 일방적인 잘못이 아닌데 공개하기 애매하다" 등의 주장으로 맞섰다.

영화평론가 박우성 씨는 "법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그쪽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약서를 공개한다 해도, 관음증이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공익적 차원의 논의가 이뤄지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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