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너 페니히 독일 베를린 자유대 교수는 13일(현지시간) 주폴란드 한국대사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폴란드 외교부 등이 폴란드 외교부 청사에서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 앞서 배포된 발제문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페니히 교수는 "독일은 완전히 패했으며 나치 치하의 만행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였다"면서 "일본은 패배했으나 그와 동시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핵폭탄으로) 파괴됐다는 이유로 스스로 희생자로 느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제 침략과 식민주의, 전쟁 범죄의 규모는 여전히 논쟁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난징학살이나 강요된 매춘은 강력한 증거에도 (내용이) 축소되고 있다"면서 "과거 사과는 (진정성이) 엷어졌으며 (욱일기와 같은) 과거 상징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 등 과거를 인정하려는 노력과 성명,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상징적 사죄 모습이나 정부 및 민간 차원의 보상 등 유럽의 화해를 가져온 요소들을 거론하면서 "동아시아에서 이들 대부분은 불행하게도 실종됐거나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럽에서 역사화해가 이루어진 중요한 요인은 독일에서의 지속적인 탈-나치즘 캠페인, 그리고 전후 세대들에 대한 교육과 같은 끊임없는 노력"이라면서 "불행하게도 일본에게서는 이러한 노력들을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마르셀리 브르델스키 폴란드 그단스크 대학 동아시아연구센터 박사는 역대 한국 정부의 한일관계 정상화 노력을 소개한 뒤 독도, 위안부 문제와 함께 최근 일본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양국 간 화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언급했다.
최운도 동북아역사재단 박사는 "인권과 사회 정의를 중요시하는 세계사적 조류를 감안해볼 때 일본은 향후 계속적으로 역사적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일본이 과거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이후 다른 나라와 공동으로 일본의 제국주의 침탈 만행을 고발하는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등 국제사회를 통한 일본의 태도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도 이런 차원에서 기획된 것으로 분석되며 다른 재외공관에서도 유사한 행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