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여객기 실종사고 대응 '총체적 혼선'(종합3보)

"당국 사고기 비행방향조차 파악 못해"

말레이시아항공 실종사건이 발생 닷새째인 12일까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당국의 상반된 발표와 부실 대응으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당국은 사고기가 통신시설을 끄고 1시간 이상 서쪽으로 비행했다는 군 당국의 관측을 공식 부인하면서도 정작 인도와 인도네시아에는 수색 지원을 요청, 의문을 증폭시켰다.

이에 따라 당초 실종기 기체를 찾기 위한 주변국들의 수색 범위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중간해역에서 무려 수백㎞나 떨어진 안다만 해역까지 크게 확대됐지만 이날까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종 여객기 기체 수색과 수사가 모두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당국이 인접국가들에 제공한 자료조차 최초 발표와 상이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내부 혼선과 부실 대응의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에 따라 인내를 갖고 당국의 대응을 지켜보던 말레이시아인들이 분노를 터트리고 중국과 베트남 등 주변국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항공전문가들 역시 말레이시아 당국이 각기 상반된 발표와 더딘 대응, 정보부재를 지적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말레이 정부 기관들도 '혼선'…인접국 전달 정보 '제각각' = 말레이시아가 인접 국가들에 제공한 항공기 실종사건 관련자료도 각기 다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인도네시아 군은 말레이시아 당국으로부터 사고기가 북부 코타 바루에서 약 20㎞ 떨어진 남중국해상에서 회항했다는 공식 자료를 넘겨받았다고 공개했다.

이들 자료는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당초 공개한 베트남 남부 해역 인근이 아니라 말레이시아쪽에 훨씬 가까운 곳으로 파악됐다. 베트남과 중국 등은 말레이시아가 전달한 다른 정보를 기초로 부근해역에서 수색을 벌여왔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인도 정부에도 수색을 요청했으나 수색 대상해역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11일부터 말레이시아와 협의중이지만 수색 참여구간 등을 확정짓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안다만과 니코바르섬 부근 지역에 해군 사령부를 두고 있으며 소속 함정들이 말라카 해협 일대에서 초계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 말레이시아인들 '분통'…주변국들 '당혹' = 사고 발생 닷새가 지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자 그간 인내심을 갖고 당국의 대응을 지켜보던 말레이시아인들이 끝내 분통을 터트렸다.

말레이시아 현지의 온라인 매체 '말레이시안 인사이더'는 말레이시아의 여론이 당혹감과 분노로 변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한 것으로 AFP통신이 전했다.

사고기 탑승자 239명 가운데 153명이 자국민인 중국도 실종 여객기의 비행경로를 둘러싼 상반된 정보로 "극히 혼란스런" 상황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온갖 정보들이 나돌고 있어 우리 역시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사고기가 회항한 후 서쪽으로 1시간 이상 비행했다는 군 소식통의 발언을 총리실이 직접 나서 부인하면서도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에 수색 협조를 요청했다며 부실 대응을 지적했다.

초반 수색을 주도했던 베트남 당국도 사고기가 당초 항로에서 벗어났다는 말레이시아 측의 발표 후 수색을 부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추측만 '무성'…CIA "테러 가능성 배제 못해" = 도난 여권 소지자들이 유럽 망명을 원하는 이란인으로 확인돼 테러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일부에서 조종사의 자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무성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항공청의 한 관리는 사고기 실종 당시 기내의 이상현상을 시사하는 어떠한 무선송신도 없었다며 조종사의 자살 가능성에 주목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객기 피랍과 사보타주 외에도 승객·승무원들의 심리적 문제와 이들의 개인 신상문제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상황을 속단하기 어렵지만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존 브레넌 CIA 국장은 사고기 송수신기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와 도난 여권 소지자의 역할 등을 포함해 수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히고 조종사의 자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어떠한 가설도 평가절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고기의 부기장이 과거 비행 도중에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항공사 당국은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 실종 5일째 수색 성과 없어 =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주변지역 10여개 국가들이 사고기 항로의 주변해역을 중심으로 사고기 수색을 벌이고 있으나 이날 낮까지 아무런 잔해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는 특히 인도에 이어 인도네시아 정부에도 협조를 요청, 말라카해협과 안다만 일대에서 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인도 당국은 이를 위해 부근 해역에서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초계함 등을 현지로 파견, 수색을 벌이고 있다. 일본 역시 말레이시아의 지원 요청에 따라 항공자위대 소속의 C-130 수송기 1대를 파견, 수색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고 추정 해역에는 약 100대의 함정과 항공기들이 동원돼 수색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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