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최루탄 사망 소년', 반정부 시위 재점화

장례식장에 수만명 운집…8개월 만에 최대 규모

터키 10대 소년이 최루탄을 맞고 9개월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숨진 것을 계기로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터키 도안뉴스통신 등은 12일(현지시간) 베르킨 엘반(15) 군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이스탄불 옥메이다느 지역의 젬에비(이슬람교 알레비파 사원) 인근에 수만명이 모여 추모 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바리케이드에 불을 질러 도로를 막았으며 "베르킨은 영원하다", "어머니의 분노가 살인자를 죽일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스탄불을 비롯해 수도 앙카라, 이즈미르, 안탈리아 등 주요 도시 곳곳에서도 이날 오전부터 추모 집회가 열렸다.

엘반 군이 숨진 11일에는 이들 도시를 포함해 아다나, 안탈리아, 데니즐리, 코자엘리, 메르신, 에스키셰히르, 삼순, 종굴닥, 볼루, 콘야, 디야르바크르, 툰젤리 등 전국 각지에서 밤늦게까지 시위가 벌어졌다.

하루 만에 전국적으로 번진 이번 시위는 지난해 7월 반정부 시위가 끝난 이후 최대 규모다.

전날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사진이 인쇄된 지방선거 홍보용 대형 간판과 시내버스 등을 바리케이드로 설치하고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차로를 행진하는 시위대에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섰고 앙카라에서는 고무탄을 사용한 탓에 부상자가 속출했다.

시민과 대학생 등은 빵을 사러 가던 길에 변을 당한 엘반 군을 추모하고자 주요 도시 광장과 교내에 엘반 군의 영정 사진을 차려 놓고 빵, 꽃을 갖다 놨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처럼 외국에 거주하는 터키인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터키 일간지 휴리예트는 파리와 런던, 브뤼셀, 베를린, 뉴욕, 스톡홀름, 로테르담 등에서 터키인들이 추모 집회를 열었다고 전했다.

최근 에르도안 총리와 권력 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엘반 군과 지난해 시위 때 숨진 희생자의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서부 도시 에스키셰히르의 시청이 관리하는 전광판에는 엘반 군의 얼굴과 "우리는 너를 잊지 않겠다"는 글이 쓰여진 화면이 나왔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외무장관은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회동하고서 기자들과 만나 엘반 군의 사망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이 사건은 터키 내부 문제로 의제가 될 수 없다"고 답하고 "앞으로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조의를 밝혔다.

정국 불안에 따라 터키 리라화 가치도 떨어졌다. 리라화는 전날 달러당 2.22리라대에서 장중 2.26리라로 5주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가 2.25리라에 거래되고 있다.

엘반 군은 269일 동안 혼수상태로 투병해 몸무게가 45㎏에서 16㎏으로 줄었으며 11일 오전 7시께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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