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정원의 조작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있기 때문에 여당에 정치적 악재(惡材)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고 조기에 수습하지 않으면 여론의 역풍을 맞아 자칫 한방에 훅 쓰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지지 성향이 확고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부동표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특히 이 요소 자체가 (부동표의 사람들이) 여당보다는 야당을 찍을 가능성을 높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지금까지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와 새누리당 지지도가 높았지만, 뒤집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여론이 한 번 뒤집어지면 겉잡을 수 없다"며 "그 시발점이 국정원 조작 의혹 사건임을 여당이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조기에 수습하지 않으면 여당에 상당히 불리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 사건을 보고 국민 스스로가 '국민을 간첩으로 몰아갈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지난 독재정부의 기억들을 되살리게 될 것이고, 또 이 사건으로 국정원의 문제점을 명확히 알게 됨으로써 국민들이 표로 선택할 때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미적지근한 대응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당 지도부는 "한 점에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엄정 신속하게 수사를 해야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선(先) 수사 후(後) 문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윤철 교수는 "여당은 지금 지켜보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여당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좀 더 빨리 진행하자고 나서야 할 때다"라며 "여당이 '지난 해 국정원 댓글 사건이 잘 넘어갔으니까 이 사건도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수사 후 문책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며 "시기를 놓치면 지방선거에 나선 새누리당 후보자의 지지율이 떨어진다. 이 사건으로 인한 후폭풍이 후보들 지지율로 연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선 빠른 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수습은 국민 상식선에서 해야한다"면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사퇴하고 관련자들을 사법처리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적절한 시점에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작 의혹 사건은 국정원이 주도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최고 책임자의 경질이나 그런 식의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