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화하자" 의협 "환영"…협상 급물살타나

정홍원 국무총리 (자료사진 / 윤성호기자)
정부가 오는 24일로 예고된 대한의사협회의 2차 집단 휴진을 막기 위해 대화 재개의 뜻을 밝혔다. 불법 파업에는 형사처벌을 불사하겠다며 시종일관 강경한 입장을 취하던 정부가 한 발 물러서 유화책을 펼치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1차 파업에서는 필수인력 등이 빠져 큰 혼란은 없었지만 전공의 참여가 확산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먼저 대화의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12일 오전 서울 정부청사에서 담화문을 발표해 대한의사협회와 오는 20일까지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정부는 3월 20일까지 대화를 통해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어떤 것이 최선인지, 의사협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논의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께 소상히 밝힐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의사 파업의 도화선이 된 원격의료 입법에 대해서는 국무회의 상정을 유보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정부는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이달 안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해 법통과를 서두를 계획이었지만 대화를 위해 이를 잠정 유보했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원격의료와 관련하여 의사협회에서 걱정하는 사안들에 대해 국회 입법과정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의료계 발전을 위한 건강보험 제도개선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려고 한다"며 "정부는 진정성 있는 대화의지를 보이기 위해 의료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을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협회도 하루 빨리 집단휴진을 철회하고 대화에 나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와 동시에 오는 24일로 예정된 집단 파업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정 총리는 "의사협회가 또 다시 집단휴진을 강행하여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국민들의 의료이용에 불편을 주고 수술에 차질을 초래한다면, 국민들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 전향에는 전공의 파업 참여 확산 등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 도입과 의료영리화 정책에 반발해 집단휴진에 들어간 10일 오후 노환규 협회장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송은석기자
10일 파업부터 참여한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도 응급실 등 필수인력까지 모두 2차 파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서울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결집한 상태이다.

전공의들은 현장에서 수술보조는 물론 실무 진료까지 도맡고 있기 때문에 대형병원에서의 진료 차질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원격의료 법안 상정을 유보하고, 대화에 나서기로 하자 의사협회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의사협회는 정 총리의 담화문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온 정부가 태도를 바꾸어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환영한다"면서 "정부가 진일보한 태도 변화를 보인 것으로 판단하며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투쟁위원회 방상혁 간사는 "10일 총파업에 이어 앞으로 전면 총파업이 강행되는 것에 대해 의사들도 큰 윤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며 "의협이 먼저 대화를 제의하였고 정부가 한 발 물러선 만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방 간사는 "만일 오늘의 담화문이 정부의 명분쌓기에 지나지 않고 대화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24일 총파업은 결행될 것이고 이는 정부의 책임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 내부적으로도 파업 동력을 끌어모으기 쉽지 않은데다 필수인력까지 빠진 파업은 환자 위험과 여론의 비난이 뒤따르기 때문에 퇴로의 명분을 찾기 위해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먼저 대화 의지를 천명하면서 양측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지만 넘어야할 난관은 많다.

우선 원격의료 시범사업 기간와 방식, 입법 시기 등을 두고 입장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활성화대책과 서비스산업발전법에 의료 분야를 포함하느냐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건강보험 수가 결정 구조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달라는 의협의 요구가 어느정도 받아들여 질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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