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5년만에 무슨 일이? MB 고환율정책 양극화 키워

삼성전자·현대기아차 증시 비중 5년만에 큰 폭 확대

초대형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다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의 양극화가 더 깊어지게 것은 MB정권의 고환율정책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수출기업들의 질주가 가속화된데 따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CBS가 지난 5일자 코스피 지수를 토대로 KDB대우증권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피지수는 1971.24(종가기준)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지수는 1674.73이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3사를 제외하면 코스피 지수에서 300포인트가 빠지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한국증시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 2强 체제에 빠진 한국 경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만 해도 코스피지수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다.

5년 전인 2009년 3월 5일, 코스피지수는 1058.18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코스피 지수는 1047.4로 지금과는 달리 전체 지수보다 불과 10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KDB대우증권의 분석 결과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뺀 지수와 전체 코스피 지수의 차이는 2009년 7월을 기점으로 점차 커지다가 2011년부터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전체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와 현대 3사(현대차, 기아차, 현대 모비스)를 뺀 코스피지수. (KDB 대우증권 제공)


삼성전자와 현대차 3사 포함한 시가총액은 324.6조원의 2009년 97.2조원에서 3배 이상 늘었다.

현재 코스피지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가까운 28.2%로 나타났다. 2009년 17.7%에서 11%p 증가한 수치다.

KDB대우증권 김학균 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주식이나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니까 평균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은 쫓아가지 못했다"며 "특히 은행, 건설, 유통 등 내수업종들과 중국에 연결된 철강, 화학업종 등"이라고 설명했다.

MB정부 집권 당시 펼친 고환율 정책과 관세 혜택의 영향으로 수출기업들을 중심으로 혜택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 선호로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졌는데 고환율 정책과 맞물리면서 원화가치는 급락했다.

이로 인해 수출 기업들은 호조를 누린 반면 세계 경기 침체로 해운, 조선, 건설업은 침체됐고 내수 침체로 화학, 유통, 금융 등의 산업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낙수효과…아! 옛날이여!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국내 경기는 계속 침체 상태에 빠져있다. 삼성과 현대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2년 연속 2%대에서 머물렀다.

수출 기업이 잘 되면 내수도 살아나고 국가 경쟁력도 높아지는 게 예전까지 통했던 경제 논리였지만 최근에는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내수 등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공장을 짓고, 그로 인해 고용이 창출되고 국민 소득이 자연스레 늘어나면서 소비가 진작돼야 하는데 대부분의 수출기업들은 해외 아웃소싱 방식으로 생산을 하기 때문에 국내 경제 성장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또 대기업 중심으로 기업 유보금이 쌓이면서 금융의 자금조달 기능이 약화됐다. 대기업으로의 자금조달기능을 했던 은행은 중소기업으로의 대출에 대해서는 오히려 높은 금리로 제한했고 그로 인해 중소기업의 투자도 약해졌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2월에 발표한 산업 연관표를 보면 2005년과 비교할 때 2010년에 산업 간 연관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산업연관표는 5년마다 한국은행에서 작성하는 자료로 한 부분의 성장이 다른 부분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지수인데 부가가치유발계수가 2005년 0.736에서 2010년 0.687로 줄었다.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OECD 평균인 0.752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성대 무역학과 김상조 교수는 "산업간 연관 관계가 잘 돼 있으면 수출 성장으로 내수 성장이 이뤄지는데, 지금은 그 연결이 끊어졌다는 뜻이다. 대기업의 경영성과가 산업과의 연간관계를 통해서 고용을 유발하는 효과를 낳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삼성, 현대차 2强 체제 리스크 과도…'동반 성장'·'내수 활성화' 정책 필요

삼성이 무너지면 우리나라가 휘청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삼성과 현대차에 대한 의지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기업의 리스크를 우리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재벌 기업 가운데도 삼성, 삼성 가운데도 삼성전자, 삼성전자 가운데서도 스마트폰 사업에 모든 역량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성장성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무너질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양강 기업에 기댄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활발히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선 소장은 "예전과 같이 기업을 지원해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내수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중심으로 일반 가계와 서민들의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분수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연구원 노희진 선임연구위원은 "나무가 하나만 우뚝 크면 나무 그림자에 가려져 다른 나무는 자라지 못한다. 그렇다고 큰 나무를 작게 줄일 수는 없는 것이고 작은 나무들을 크게 키워야 한다"라며 "대기업 등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착취를 하기 보다는 동반 성장을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고 정부 또한 정책적으로 제 2의 삼성과 현대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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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내수로의 연결이 어떻게 하면 이뤄지는 지 생각하고 내수기업에 종사하는 많은 국내 근로자들도 혜택 보고 소비도 늘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세우는게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인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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